경교장은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임정 요인들의 숙소 겸 비서진의 사무실이었으며,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 과거와 현대가 앙상블을 이루다.
정동사거리 돈의문 터에서 다시 여장을 여미며 채비를 갖춘다. 한양도성 최초 서쪽 문은 1396년에 축조한 돈의문敦義門이었다가 폐쇄하고 사직단 부근에 세워진 서전문西箭門이 서쪽 문을 대신하였다. 그러다가 1422년 세종 때 도성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이 지점에 다시 돈의문을 세움에 따라 서전문은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돈의문은 새로 세운 문이라 하여 '새문' 또는 '신문'이라 하였다.
돈의문지敦義門址 인근에는 민족 선구자의 길을 걸어온 백범 김구께서 8ㆍ15 광복과 함께 환국하여 거처한 경교장京橋莊이 자리한다. 경교장은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임정 요인들의 숙소 겸 비서진의 사무실이었다. 또한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오르막으로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서울특별시교육청을 차례로 지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차 한 잔 시켜놓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꽃 화분 카페가 생각 밖에서 쓱 나타난다. 직장인들을 모두 귀가시킨 주말의 길가는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며 여유를 강요한다.
기상청 별관에서 길 따라 오르면 오늘의 첫 성곽다운 성곽이 나타난다. 성곽 틈바구니에 뿌리를 내리고 함초롬히 피어난 샛노란 금계국이 ‘어서 와, 반갑다!’라며 하늘하늘한 몸짓 인사를 보낸다. 월암근린공원 가장자리의 솔밭 사이에 흐르는 한 줄기 바람을 따라가면 계단 아래로 ‘고향의 봄’의 작곡가 홍난파가 6년간 말년을 보낸 근대 건축물인 ‘홍난파 가옥’이 자리한다. 이 건물은 1930년에 독일 선교사가 지은 붉은색 벽돌 벽체에 기와를 얹은 서양식 건물로써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도성길 따라가는 길을 기준으로 아랫동네는 재개발을 통한 최신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말쑥한 차림으로 들어섰고, 위로는 재래식 마을이 그대로를 고집하며 각자의 경향이 대조를 이룬다. 얽히고설킨 재래식 골목은 잠깐의 생각이라도 허투루 여기면 길 찾기가 헷갈리기에 십상이지만, 올바른 길을 찾아냈을 때 오는 짜릿한 희열은 미묘한 흥취를 자아낸다. 과거와 현대가 앙상블을 이루는 한양도성을 따라가다가 ‘딜쿠샤’ 가옥과 마주한다. 이 가옥은 3·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이다. 그동안 구조적인 안전에 문제가 있었는데, 외관을 새로 손질하여 공개하고 있다. 이왕 딜쿠샤 가옥까지 온 마당에 조선의 명장이며 행주대첩의 영웅인 권율 장군 집터를 거친 다음 인왕산 자락으로 들어간다.
관련기사
- ‘별의 나라, 은하수’ 하면 떠오르는 동경의 나라, 몽골!
- 청빈낙도 선비의 고향, 남촌
- 은둔의 오솔길에서 향기를 담다
- 남소문의 실체
- 불명예 오욕을 지켜본 광희문
- 옛 도시와의 뜻밖의 만남
- 훼손의 아픔과 복원의 과제 - 흥인지문
- 흐르는 것들에 대하여
- 좌우 성벽을 완벽하게 갖춘 숙정문
-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한양도성
- 백악의 끝자락에서 하늘을 날다 - 가슴이 상쾌해지는 순성길 탐방로
- 유감없이 드러난 한양도성의 으뜸 절경, 백악마루
- 조선왕조 진산의 베일을 벗기다[1] - 옛 모습 그대로, 옹골찬 창의문
-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시ㆍ공을 드나들다(3) -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 낙산 예술의 길
-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시ㆍ공을 드나들다(2) - 성북동 뒷골목에 가려진 도성
- 한양도성 순성길에서 시ㆍ공을 드나들다(1) - 조선의 건국과 한양도성의 등장
- 모닝글로리
-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는 블레드 호수(Lake Bled)와 블레드 성 (Bled Castle)
- 한수이북 제일의 무속 성지, 감악산
- 장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