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를 버리며 

 

송강 송태한   

     

 

점퍼주머니 속 휴지를 만지작거리며

걷다가 문득 낡은 생각 하나 끄집어낸다

한 장 종이 위에 마음의 문양과 색감이

판화처럼 우러날 수 있을까 

들꽃처럼 파릇하거나 혹여 봄나물만큼

모록모록하진 못해도 어쩜 사람의

마음이란 얼룩진 일러스트 사생첩   

혹은 접혀진 몇 장의 종잇장 같은 것  

색색가지 모자이크 조각 가슴속에

데칼코마니로 눌러 접어 여느 때처럼

도심을 지나거나 한가로운 휴일의 공원

길목에서 우연스레 다가오는 그대 앞에

턱 꺼내어 펼쳐 보이는 봄볕같이 짧은 

한순간 그 꿈의 낱장 한 장 

구깃거리며 주뼛주뼛 망설이다가

이윽고 후미진 휴지통 가까이 한 걸음씩

메마른 내 그림자 다가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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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송태한

시인, 서양화가

시집- 『우레를 찾다』, 『퍼즐 맞추기』, 『2인시집』 등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협 저작권옹호위원, 강동문협 이사

연암문학예술상, 한국문학신문기성문학상, 시와표현기획시선 당선

인사아트스페이스 등 개인전 7회, 서울아트쇼 등 단체전 7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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