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빗속엔 송태한

 

 

내리는 빗속엔

내 이름 호명하는 목소리 들리고

거뭇한 회신 한 장 거슬러 오는데,

내리는 빗속엔

깜빡이는 네온사인 우산들 너머

잿빛 등불 수묵화처럼 번져오는데,

내리는 빗속엔

비늘을 반짝거리는 가로수

지느러미 털며 밤바다를 줄지어 헤엄치는데,

내리는 빗속엔

오선지 같은 찻길을 가로질러

음표 닮은 사람들이 총총히 사라져 가는데,

종일토록 내리는 저 빗속엔

외등처럼 잠들지 않는 얼굴 하나

이따금 바람소리 늑골을 서걱거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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