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은 사(死)의 근본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인생의 후반은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정리하고 즐기며 마무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아는 것도 모르는 척, 보았어도 못 본 척 넘어가고 내 주장 내세우며 누굴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살았다느니, 이제 이 나이에 무엇을 하겠느냐느니 등등 스스로를 죽음으로 불러들이는 어리석은 짓들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생의 환희가 아닌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더라도 살아있는 인생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것이다. 100세 시대의 삶을 즐겨라. 가족이나 타인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더라도 그 책임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라.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그리고 노인의 절약은 더는 미덕이 아니다. 있는 돈을 즐거운 마음으로 쓸 줄 알아야 따르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축구에서 전·후반전을 훌륭히 마치고 연장전에 돌입한 당신의 능력을 이미 관중들은 충분히 알고 있다. 연장전에서 결승점에 도달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멋진 마무리 속에 박수칠 때 떠날 수 있는 '유종의 미'를 꿈꾸며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라. 재산을 모으거나 지위를 얻는 것이 경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인생의 황혼기에는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권위를 먼저 버려라. 노력해서 나이 먹은 것이 아니라면 나이 먹은 것을 내세울 필요는 없다. 나이 듦이 당신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권위도 아니며 지위도 아니다. 자그마한 동정일 뿐이다.

그리고 용서하고 잊어야 한다. 살면서 쌓아온 미움과 서운한 감정을 털어 버려야 한다. 또 있다. 항상 청결해야 한다. 마지막까지 추한 꼴 안 보이려는 것이 인간이 버려서는 안 되는 자존심이다. 그다음 감수해야 한다. 돈이 부족한 데서 오는 약간의 불편한 지위 상실에서 오는 자존심의 상처, 가정이나 사회로부터의 소외감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신변을 정리해야 한다. ‘나 죽은 다음에 자식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사고방식은 무책임한 것이다. 끝으로 자식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금전적인 독립은 물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얽매인 부모·자식 관계를 떨쳐 버려라. 자식도 남이다. 그저 제일 좋은 남이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애써 피하려고 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바람직한 죽음, 임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마찬가지로 가장 피해야 할 죽음의 모습들은 또 어떤 것일까? 그걸 알아야 잘 죽고 다시 잘 태어날 것이다.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다.

흡사 애벌레가 어느 시기가 되면 나비로 변하는 것 같이 죽음은 몸의 허물을 벗고 영혼이 영적 세계로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죽음은 소멸이나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 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첫째,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죽음을 적극적으로 맞이하지 못하고 피하고 끌려가다 어찌어찌해 무익한 연명 치료에 매달리게 되고 온갖 링거주사, 인공호스, 장치를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중환자실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다. 그렇게 되뇌면서 죽음을 즐겁게 맞이해야 한다. 가능한 한 의식을 놓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임종 순간에 가장 좋은 것은 몸을 벗기 직전까지 의식을 갖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병실보다 호스피스(hospice) 실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호스피스 실은 죽으러 가는 게 아니다. 다른 높은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터미널 같은 곳이다. 흡사 공항과 같은 곳이라고 할까. 우리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높이 날아가듯이 호스피스 실에서 우리는 몸을 벗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날아간다.

둘째, 바람직한 죽음의 5단계이다. ▲임종이 임박한 시점까지 건강해야 한다. ▲의식은 확실히 깨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있다가 임종이 닥쳐오면 약 2주나 한 달 정도만 건강이 나빠지는 게 좋다. 급작스럽게 이승을 떠나는 것보다 몸을 벗을 준비를 하면서 다음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가족과 친지들과 충분하게 이별을 나눈다. 이렇게 마음을 정리한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가 때가 되면 사랑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편안하게 몸을 벗는다.

셋째, 좋은 죽음을 위한 3가지 준비이다. ▲운동은 기본이다. 평소 규칙적으로 늘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평소에 건강에 관해 늘 말을 했다. ‘나에게는 믿음직한 두 사람의 주치의가 있으니 한 사람은 왼쪽 다리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 다리이다.’라고 하며 건강 유지를 위한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과식, 폭식을 피하고 평소 몸에 좋은 음식을 들도록 노력하며 술, 담배나 해로운 음식 등은 피하거나 절제한다. ▲마음이 바로 서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늘 좋은 생각, 선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수양해야 한다.

이런 세 가지를 유념해 노력하다 보면 말년에 병원에서 고통스럽게 임종을 맞이하는 것을 피하고 행복한 최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죽음과 삶은 하나이며 성찰의 기록은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

어쨌든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명치료거부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등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의향서’를 작성해 두어야 위급 사항에 병원으로 실려 가 링거주사부터 꽂지 않는다. 생(生)은 사(死)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다. 우리 이 ‘죽음의 5단계’를 미리미리 준비하여 웃으면서 이승을 떠날 준비를 하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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