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비슷해진다

 

공자는 일찍이 인생을 단계별로 정리해 놓은 바 있다. 20세를 뜻하는 약관(弱冠), 30은 이립(而立), 40은 불혹(不惑), 50은 지천명(知天命), 60은 이순(耳順), 그리고 70 나이에 대해서는 종심(從心), 또는 사람이 70살 살기는 예부터 드물다는 뜻으로 당나라의 시인 두보 싯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따온 고희(古稀)라 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난 요즘에야 고희라는 말이 무색해졌지만, 옛날에는 고희를 넘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고희라는 언덕에 올라 서 보니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복 중에서 만남의 축복이 제일 중요한 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남편과 아내의 만남, 친구 간의 만남은 단연 으뜸이겠지만, 잘 만나면 인생 최선의 행복이요, 잘못 만나면 최악의 재앙이다. 왜냐하면 부부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이미지 제공 - 박미애 사진가

 

중년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자주 하는 우스갯소리 중에 ‘나이 들면서 필요한 5가지’는 첫째 마누라, 둘째 아내, 셋째 애 엄마, 넷째 집사람, 다섯째 와이프라고 한다.

반면 여성은 첫째 딸, 둘째 돈, 셋째 건강, 넷째 친구, 다섯째 찜질방이라고 한다. 또한 초등학생 영어 단어 100개 쓰기 결과, 엄마(mother)는 첫 번째, 그러나 아빠(father)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남자에게 있어 아내의 존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풍자한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부부간에도 같이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간혹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된 남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내가 그렇게 소중하고 귀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내란 ‘청년에겐 연인이고 중년에겐 친구이며 노년에겐 간호사’라는 말이 있다. 인생 최고의 행복은 아마 부도 명예도 아니고 사는 날 동안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사랑을 나누다가 ‘난 당신을 만나 행복했소.’라고 말하며 한쪽이 먼저 가고 얼마 후 뒤따라가는 부부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이상적인 부부일 것이다.

평상시 비록 무심하고 무뚝뚝한 남편이나 바가지와 잔소리꾼의 아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그늘이자 버팀목인 아내와 남편이란 이름은 세상 속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금슬 좋기로 소문난 배우 최수종, 하희라 26년 차 부부가 지난 1월 27일 SBS 예능프로그램 '미우새'에 출연해 하희라에게 보낸 문자를 소개했다. ‘천 년에 한 번 우는 새가 있습니다. 그 새의 눈물이 바다를 이룰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게요.'라는 문구이다.

이에 하희라가 ‘눈물로 이룬 바닷물이 사막이 될 때까지 당신을 사랑할게요.’라고 답장했다고 말해 모두의 감탄을 자아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가까이 있을 때 붙잡지 그랬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오승근 노래 한 소절)라는 노랫말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노년이 되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매우 중요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누군가와 동행을 하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친구의 사전적 정의는 오래 두고 정답게 사귀어 온 벗이고 벗은 마음이 서로 통하여 친하게 사귄 사람이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은 부모, 형제와 동행을 하면서 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도 더 친밀해지기도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할 수 있는 친구,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이 아플 때 의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실하고 강한 우정을 쌓은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더 행복하며 더 활기찬 인생을 살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거나 존경할 수 없는 사람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힌두 속담에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비슷해진다.’라는 말이 있고, 공자는 ‘그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그래서 주위 환경이 사람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향기가 진한 꽃 주위에 있으면 나에게도 향기가 나고, 악취가 나는 곳에 내가 있으면 내 몸에서도 악취가 난다. 오늘 내 주위에 누가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kuros, BC341-BC270)는 ‘한 사람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가운데 가장 위대한 것은 친구다.’라고 말했다.

주어진 삶을 멋지게 엮어가는 지혜는 우정(情)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라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에 나오는 강남은 서울 한강 남쪽에 있는 부촌 강남이 아니겠지요.

속담에 나오는 강남은 중국의 양쯔강 남쪽 지방을 가리킨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의 강남도 마찬가지이다. 노파심일까.

영국의 시인 월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는 ‘새에겐 둥지가 있고 거미에겐 거미줄이 있듯 사람에겐 우정이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신은 인간이 혼자서는 행복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인간은 꿈을 잃을 때 건강을 잃어가는 것이다. 인간은 꿈을 잃을 때 늙어가는 것이다. 꿈이야말로 인간 생명의 원기이며 살아가는 에너지인 것이다. 그 동력인 것이다.

어쨌든 꿈이 있는 인간은 부지런해진다. 쉴 사이가 없는 것이다. 할 일이 많은 것이다. 인간의 수명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을 살다가 죽어서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렇게 누구나 자기에게 배당된 시간을 살다가 보이지 않는 저 세상으로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그 잠깐 동안을 인생이라는 장소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머무는 동안 병도 들고 고민도 하고 울기도 하고 아웅다웅거리기도 하고 돈을 벌려고 애쓰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실로 욕망과 좌절과 고독과 성취와 그 희비애락, 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건강과 장생, 이것을 이 시궁창 속에서 건져내려면 먼저 그 시궁창을 만들어 내는 그 욕망과 그 허영, 그 허욕, 과도한 자기 과정에서 벗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오로지 순결한 꿈을 간직하면서 순결한 인생의 길을 찾아서 걸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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