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미애
ⓒ 박미애

 

나무는 나이테를

동그란 가슴에 선을 긋는다

조개껍데기에

수많은 물살의 흔적으로 도려내

세월의 상흔을 물결로 적신다

 

때로는 아파서 조밀하고

더러는 행복해서 풍요로운 금을 그어

성장하고 풍화의 세월을 넘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나이를 먹는가?

풍파의 바람에 스치며 시공의 끝자락을 걸어

융기하고 풍화되어 침식하는 노고 끝에

오히려 아주 작은 어린애가 된다

 

키를 줄여 아이에게 주면

아이는 노인의 키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새로운 성장을 위해

기꺼이 아이에게 나이를 주자

 

늙음을 서러워 말고

노을빛 미소 가득한 기쁨으로 황혼을 보며

맛나게 나이를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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