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작품 촬영을 위해 방해가 된다며 금강송을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사진계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일이 대둔산에서 발생했다.

2020년 9월 15일 대둔산 정상 부근의 소나무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 한 사진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훼손 상태를 보았을 때 누군가 인위적으로 훼손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대둔산에는 사진가들에게 알려진 ‘소나무 포인트’라는 곳이 두 군데 있다.  ‘대둔산 국민포인트’라고 불릴 정도로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어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훼손된 소나무를 발견한 익명의 사진가는 평소에도 이곳을 자주 찾는 곳이어서 누구보다도 이곳 소나무의 상태를 잘 안다고 한다.

 

훼손된 바위틈의 소나무
훼손된 바위틈의 소나무(독자제공)
훼손되기 전의 소나무
훼손되기 전의 소나무(독자제공)
훼손되기 전의 소나무
훼손되기 전의 소나무(독자제공)

 

이번에 꺾여지고 잘려 나간 바위틈의 작은 소나무는 수령이 100년 이상된 나무로 ‘대둔산 국민포인트’ 촬영장소를 지나야만 갈 수 있는 곳이라 가끔 일부 사진가들이 그 앞을 지나가는 분들을 제지하거나 랜턴을 켜지 못하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 한다. 새벽에 어두운 곳이라 그곳을 가려면 랜턴을 켜야 하는데, 타임랩스 촬영을 하는 일부 사진가들은 빛이 들어가면 촬영에 방해가 되어 이런 일들이 생기곤 했다 한다.

 

두 곳의 촬영 포인트(독자제공)
두 곳의 촬영 포인트(독자제공)

 

또 한 곳은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하는 ‘대둔산 국민포인트’에 해당하는 소나무 주변의 나무들이다.

제보자는 “‘대둔산 국민포인트’에 해당하는 대둔산 태고사 위 ‘V’자 계곡으로 올라가기 전 위치한 소나무들과 참나무들도 가지가 꺾여져 나갔고, 톱으로 잘라낸 흔적이 명확하다. 이번 태풍의 영향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같은 장소의 다른 나무들은 멀쩡한데 소나무 포인트 촬영하기에 약간의 방해가 되는 위치의 소나무들만 잘려 나갔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라고 당시의 상태를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대둔산 소나무 포인트-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하는 곳(독자제공)
대둔산 소나무 포인트-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하는 곳(독자제공)

 

대둔산 소나무 포인트-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하는 곳(독자제공)
대둔산 소나무 포인트-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하는 곳(독자제공)

 

동그라미 부분이 훼손된 곳(제보자 제공)
동그라미 부분이 훼손된 곳(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톱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훼손된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훼손된 소나무들(제보자 제공)

 

일각에서는 일반 등산객이 험준한 길로 등산하는 과정에서 훼손했으리라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장소를 직접 가본 사람들은 그곳은 일반 등산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위치라 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한다.

제보자는 아마 칼바위 능선에서 촬영 시 바위 밑에 자란 소나무로 인해 촬영하고자 하는 소나무 피사체 뷰를 더욱더 명확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훼손한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해왔다.

대둔산 도립공원관리사무소에 문의해본 결과, 도립공원 측에서 인위적으로 벌목을 하거나 한 적은 없으며, 그곳은 일반 등산로가 아닌 험준한 지역이라 몇몇 사람들만 방문하는 곳이라고 했다.

또한 훼손된 소나무를 확인해본 결과 바위 밑의 나무는 누군가 인위적으로 훼손한 것이 명백하며, 바위틈의 소나무는 낙뢰 가능성과 훼손 가능성 둘 다 가능하지만 명확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제보자는 최근 태풍이 3차례 심하게 들이닥쳤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벼락이 떨어지거나 바람에 의해 소나무가 훼손되었으리라는 가정을 해보았지만, 훼손 형태로 보아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벼락이 내려쳤다면 나무가 심각하게 그을려 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은 없었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해도 잘려 나간 가지나 나무 기둥의 단면 모양이 자연재해와는 완연히 달랐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촬영을 위한 인위적 훼손이 사실로 드러 날 경우, 사진계는 또 한 번 자성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 앵글 속에 담고자 하는 이들이 자연을 훼손해가면서까지 작품을 담는다는 것은 아무런 예술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이며, 선량한 사진가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위이다.

저작권자 © 이치저널(each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