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 피해 아동들의 쾌유를 바랍니다

인천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다. 열 살, 여덟 살 형제가 보호자 없이 라면을 끓여 먹다가 화재가 났다고 한다. 열 살 형은 전신의 40% 화상을 입어 위독하다고 하고 동생은 5% 화상을 입었지만, 유독가스에 장기가 손상되어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신문기사를 접하고 내가 일하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에 전화를 걸어 지원 여부를 확인했다. 협력 기관의 의뢰로 의료비지원과 주거비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무사히 완치되어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기사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고, 모의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2년 전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이 방임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2년여에 걸쳐 세 차례나 이웃들에 의해 신고가 접수되었고 지자체와 학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도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모와의 상담을 통해 지역아동센터 이용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거절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돌봄교실 이용을 권했지만 어머니가 거절했다고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모와 아이들의 분리를 요청했음에도 법원이 분리보다 상담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코로나 19로 인해 상담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2년여 전부터 아이들의 어려움은 세상에 드러났지만, 아이들은 2년여의 기간 동안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인천 화재 사고를 기사로 접하면서 생각나는 아이들이 있다. 2016년 사회복지 현장에서 담당했던 부자 가정의 아이들이다. 당시 형은 중학교 2학년,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인천 피해 아동들보다는 나이가 많았다. 다행히...)
중학교 사회사업실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으로부터 제보를 받았었다. 아버지와 상담을 해보니 모와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혼하였고,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하는 사정상 아이들끼리만 지내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나는 돈보다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더 중요하니 일을 줄이고 출퇴근이 가능한 현장 위주로 일을 알아보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나에게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음을 말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면 신고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정방문을 가 보니 이불은 자고 일어난 그대로였고, 중국집 쿠폰은 잔뜩 쌓여 있었고, 냉장고는 텅텅 비어 있었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켜 둔 채로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해 있었다. 그 후로 아버지와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하였고(사실 말이 상담이지 수시로 전화해서 잔소리하는 수준), 아버지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켜주었으며 학교와 지역사회의 노력이 더해져 아이들은 무사히 성장했다. 이제는 형제가 모두 고등학생이 되었고, 부의 소득도 안정되어 지난여름 복지관의 사례관리가 종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사고를 접하고 보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인천 화재사고 기사에 빠지지 않는 전제가 있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었을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초등학생 형제의 사고소식이 더 안타깝고 앞으로 얼마나 더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안타까운 전제를 보고 들어야 할지 막막하다.
다시 한번... 아이들의 쾌유를 빌며...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도 아이들의 쾌유를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