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보면 늘 어머니가 떠오른다
항상 좋은 재질의 옷감을 쓰고, 정성을 다해

대한민국의 ‘전통’을 상징하며,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우리의 한복.

이런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통적이면서도, 그만의 우아함을 돋보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숙현한복의 신숙영 대표.

그녀가 만드는 ‘한복’은 우리가 알지 못한 ‘특별함’이 있으며, ‘한복’이 가진 의미를 더욱 깊고 따스하게 전해준다.

 

 

대를 잇는 가업

(주)숙현한복은 2000년에 첫 문을 열었으며, 신숙영 대표는 한복을 3대째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구가 고향이었던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찍이 집집마다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진 명주실들을 한 데 모아 가공해 한복을 만드는 일을 했는데, 패션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다고.

이후 어머니와 자신이 가업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딸도 한복디자이너의 길을 걷기 위해 공부 중이라 한다.

 

 

“처음에는 가업이기 때문에 하기 싫었던 적도 있었어요. 대를 이어서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기에 어린 마음에 반항심도 들었지만,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겼고, 어쩌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는 신 대표.

“90년대 당시 TV에 나오는 사극을 보고 스스로 제대로 된 한복을 만들기로 마음 먹은 계기가 되었어요. 당시 사극에 등장하는 한복을 봤을 때 너무 촌스러워 보여서 마음 속으로 ‘언젠가는 내가 만든 한복으로 전부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후 더 열심히 일을 배우게 된 거죠”

 

 

한복과 TV

신숙영 대표가 처음 TV사극에 참여한 작품은 ‘대장금’이었다. 신 대표는 ‘대장금’을 통해 기존 사극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한 강렬한 원색의 한복을 거부하고, 파스텔 톤과 같은 부드러운 색감의 한복을 사용하여 디자인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신 대표가 선보인 ‘대장금’ 한복은 센세이션이라 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관련 한복 상품의 매출도 드라마의 인기만큼 높았다.

 

 

“물론 이병훈 감독의 연출도 굉장히 뛰어났기 때문에 드라마와 관련된 상품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특히 대장금 드라마에서 나왔던 주인공의 앞치마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회상했다.

신 대표는 ‘대장금’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한복의 색깔뿐만 아니라, 기존에 상당히 길었던 저고리의 길이도 보다 짧게 디자인을 바꾸고, 각 인물, 전체적인 구도를 잡을 때 보여지는 단체복에서 오는 감동까지 자아내기 위한 디자인으로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기황후, 제중원 등 다양한 TV사극에 한복 디자이너로서 참여하였으며, 대중들이 한복의 매력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글로벌 한복, 그리고 한복의 대중화

신숙영 대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복 패션쇼를 통해 자신의 한복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한국문화가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였기에 미국에서 진행한 한복패션쇼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더불어 '한복 대중화'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이전부터 한복을 대중화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요. 물론 세계적으로 한복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호응을 받는 상황은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한복은 대중적인 것과 프리미엄으로 나누는 것이 이상적인 것 같아요.”

즉,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한복과 공식적인 행사 등에서 입는 한복 드레스에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신대표는 “한복은 현대들어서 명절에 입는 옷으로 여겨졌다. 즉, 한복은 격식을 갖추고 입는 정장(혹은 드레스)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있고, 세계 공식적 자리에서도 한국의 전통을 상징하는 예복으로서 보여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전통의 맥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대중화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한복 자체를 대중화함에 있어서는 ‘예복’과 ‘사복’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신 대표는 고궁에서 대여하고 있는 한복을 예로 들며 “저가의 재질로 제작된 한복을 보면 까칠까칠한 원단으로 입기에 다소 불편함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대여해서 입지만, 대체로 고궁을 관광하러 방문하는 외국인이 입는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느낀 착용감이 한복 자체에 대한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복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고급 한복은 시중에서 쉽게 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결국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결국 한복에 대한 이미지는 대여 한복과 같은 이미지로 고착화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가 한복이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계기로 좀 더 다양한 한복을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외국인들이 고급 한복까지 접할 수 있도록 좀 더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복과 어머니

신숙영 대표는 한복을 가리켜 ‘어머니’라고 말한다. 가업으로 이어나가면서 어머니로부터 한복 만들기를 배웠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소실적부터 늘 어머니 곁에서 한복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한복을 보면 늘 어머니가 떠오른다고 고백한다.

“물론 당시에는 배우기 힘들어서 싫은 티도 냈지만, 지금와서 보면 한복에 대한 애뜻함과 그리움이 담겨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 때문인지 만들어진 한복을 판매할 때는 마치 딸을 시집 보내는 마음입니다."라는 신 대표.

“한복을 만들면서 늘 어머니 생각이 나고, ‘어머니도 옷을 만들 때 이런 기분이 드셨나’하며 생각한다. 그래서 한복을 만들 때는 항상 좋은 재질의 옷감을 쓰고, 정성을 다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복은 신숙영 대표에게 있어서 ‘어머니’였고, 한복을 입을 때면 마치 어머니께서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고.

어머니의 품과 같이, 그리고 세계인의 찬사를 받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우리 ‘한복’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신숙영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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