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분명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질병에 있어 심리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임상 교수들이 환자 보는데 사용하는 시간은 3분이 채 안 된다. 환자는 많고, 수가는 싸니 어쩔 수없이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이렇게 짧은 진료 시간에 어떻게 환자의 심리까지 보살필 수 있겠는가?

마음에서 오는 병을 잘 처리할 수 있으면 국가적으로도 많은 의료비가 절감되어 큰 득이 된다. 의사들은 병다운 병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정부나 마음에서 오는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짜 수술의 효과

나에게는 연세가 90에 가까운 모친이 계신다. 골다공증이 심해 척추압박골절로 고생하시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마다 수술하시기에는 너무 부담되어 참 난감하다. 경희의대 정형외과 김기택 교수는 척추 전문분야에서 명의로 뽑힐 정도로 유명한 의사이자 내 친구이기도 하여 김기택 교수에게 모친 치료를 부탁하였다. 당시에는 경피적 척추 성형술이 나름 많이 시행되고 있던 시기였다. 김기택 교수는 척추성형술을 추천하지 않고, 마취과에서 시행하는 척추 진통 주사를 맞으라고 하였다. 에스트로젠과 진통제를 복합하여 주사 놓는 방법이다. 이 시술 후 모친께서는 몇 차례 주사를 더 맞고 진통제를 복용하시지만 그래도 통증이 많이 경감되었다.

경피적 척추 성형술은 1984년 프랑스 영상의학과 의사가 처음 시행한 이후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 등 의료 선진국에서 골다공증이나 암전이 등으로 인해 발생한 척추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많이 시행되었다. 물론 이를 시술하는 의사들이나 의료기관은 이 치료법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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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이요 클리닉 영상의학과에서 이 시술을 담당하고 있던 칼메스(David F. Kallmes) 교수와 시애틀 워싱턴 의대 자빅(Jeffrey Jarvik) 교수가 이 시술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 시멘트 주입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 치료 방법에 의문을 품었다. 그 후 소위 가짜 시술에 관한 연구 결과를 2009년 뉴일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 Engl J Med)에 발표하였다. 물론 시멘트 주입 시술을 받지 않은 환자들도 다른 절차는 똑같이 하여 자신이 시멘트 주입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 알지 못하게 한 후 예후를 관찰한 것이다. 놀랍게도 두 그룹 모두 효과가 좋았다.

2013년에는 미국, 영국, 호주 환자 131명을 대상으로 같은 시술을 해 경피적 척추 성형술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후 경피적 척추 성형술을 하는 의사들의 반박이 있기는 하였으나, 이 시술은 지금은 사라졌다. 칼메스와 자빅 교수가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필요한 시술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동료들의 돈을 희생시키고, 의학의 발전을 이룬 것이다.

2017년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영준, 이준우 교수가 척추성형술 대신 척추 스테로이드 주사가 허리 디스크, 척추관협착증 등으로 인한 극심한 허리통증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어떻게 가짜 시술을 받은 환자가 척추성형술을 받은 환자와 비슷하게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음이 마술을 부린 것이다.

 

위약의 효과

우리는 할머니 손이 약손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았다. 세상이 더 빨라지고, 야박해지고,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지금은 할머니 약손에 의존하기보다는 한시라도 더 빨리 병원으로 달려가 진료를 받고, 약이나 주사, 심지어는 수술을 받으려고 한다. 부모들도 당연히 그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추구한다. 그런데 의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짜 약, 즉 위약(placebo)을 줘도 많은 환자에게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단의학 교과서에는 의사와 환자의 라포(관계)가 매우 중요하니, 환자들에게 따뜻한 인간미를 풍기는 의사가 되라고 실려 있다. 물론 실력도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탈리아 의사 베네데티(Fabrizio Benedetti)는 이탈리아 토리노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1990년대부터 위약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진짜 약을 연구해야 크게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데 참 별난 연구를 하는 교수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교수가 의학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면 그리 만만히 볼 수 있는 교수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베네데티는 유럽 아카데미 회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연구를 통하여 많은 상을 받았다. 학회에서는 주요 연자로 초청받아 많은 강연을 했다. 25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였는데, 특히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 Engl J Med.), 란셋(Lancet), 네이쳐 메디신(Nature Medicine), 네이쳐 리뷰 류머톨로지(Nature Reviews Rheumatology) 등 매우 저명한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책도 3권이나 저술하여 환자의 마음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판되었다. 나 같은 기초의학자도 위약을 연구하여 이렇게 많은 업적을 쌓았다는 점이 신기하게 여겨지니 일반인들은 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베네데티는 효과가 나쁜 위약(nocebo)에 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하였다. 통증은 심리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통증 완화에 위약이 효과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위약이 뇌세포 손상이 확실한 파킨스병(Parkinson's disease)에도 효과가 있다는 베네데티 연구 결과는 놀랍다.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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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적으로 위약이 다방 면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다 보니 위약의 작용 기전에 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베네데티의 스승이자 현재 샌프란시스코 의대(UCSF) 교수인 레빈(Jon D. Levine)은 그 의대를 갓 졸업한 후인 1978년 날록손(naloxone)이라는 마약 길항제를 주었더니 위약 진통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즉 위약이 환자 몸에서 마약을 나오게 해 진통 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힌 것이다. 레빈은 이 연구 결과를 란셋(Lancet) 학술지에 처음 보고하였는데, 이 연구는 레빈이 의대 학생 시절에 한 일로 추정된다. 의대 공부만 하기에도 버거운데 이런 뛰어난 연구를 수행하여 좋은 학술지에 발표한 레빈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훌륭한 교수 지도하에 공부해서 베네데티도 위약 분야에서 뛰어난 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은 우리 뇌에서 다양한 종류의 펩타이드성 마약 성분이 나온다고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엔도르핀인데, 위약은 우리 뇌가 엔도르핀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약 물질을 생산하여 진통 효과를 나타내게 하는데, 날록손은 이 마약 물질이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위약은 우리 몸속에서 뭔가 화학물질을 만들어 내어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하버드 의대 소화기내과 렘보(Anthony Lembo) 교수도 위약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특히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에서 위약이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캡축(Ted Jack Kaptchuk) 교수와 공동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캡축 교수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우리나라 한의대와 비슷한 마카오 중의학원에서 중의학 자격증을 받고, 보스턴에서 중의학 의원을 개원했다가 하버드 의대 대체의학 부소장을 거쳐 지금은 위약 연구소 소장, 내과 교수 등을 역임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에서 위약 연구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학술 논문도 250여 편 이상 발표하였다.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 Engl J Med.), 란셋(Lancet) 등 매우 좋은 학술지에도 발표하고 있으니, 중의학원 졸업생이라고 얕잡아 볼 수는 없는 사람이다.

위약이 환자 치료 효과도 있고, 일급 학자들이 위약에 관한 연구도 활발히 수행하다 보니, 최근에는 학제 간 위약 연구 학회(The Society for Interdisciplinary Placebo Studies, SIPS)가 생겨 세계 각지에서 위약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여 함께 토론하며 위약 연구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캡축 교수가 한 연구 중 특이한 것은 환자에게 분명 자기가 주는 약이 위약이라고 밝혔는데도 이를 복용한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이 전까지는 환자들이 진짜 약을 먹는다고 착각해서 위약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는데 캡축 교수는 꼭 그런 것이 아니라고 증명한 것이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위약을 파는 회사들마저 생겼다.

플라세보 월드(Placebo World), 유니버설 플라세보스(Universal Placebos), 아플라세보(Aplacebo) 등이 위약을 파는 회사이다. 이 회사들은 분명 자기네 제품이 위약이라고 밝히는데도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은 효과를 본다니 놀랍기만 하다. 위약은 약이 클수록, 약 개수가 많을수록, 유명상표가 붙을수록, 알약보다 캡슐 약이 효과가 더 좋다. 단 효과 정도는 각국의 문화에 따라 다르다. 예로 미국에서는 주사가 더 효과가 있지만, 유럽에서는 알약이 더 효과가 있다.

위약이 진통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복용하는 환자가 위약에 대해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위약이 뭔가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조건화(conditioning)되어야 한다. 위약도 믿고 먹으면 뇌가 엔도르핀을 만들어 진통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파킨슨병에는 도파민이 효과가 있는데, 환자가 신뢰하는 의사가 도파민이라고 하면서 환자에게 위약을 주면 환자 뇌에서 도파민이 나와 치료 효과가 있다. 프로작은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약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이 이 약을 먹는데 위약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나타낼 뿐이다. 이렇게 위약은 다양한 종류의 질병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위약은 분명 한계가 있다. 다리가 부러진 환자에게 위약을 주면 고통은 덜 느낄 수 있으나, 부러진 뼈가 붙지는 않는다. 1형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췌장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이 모자라 발생하는 당뇨병이다. 이 환자에게 위약을 준다고 혈당이 낮아지지는 않는다. 맹장염에 걸린 환자에게 위약을 준다고 맹장염이 낫지는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19 환자에게 위약을 준다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즉시 사멸하는 것은 아니다. 암 환자의 통증이나 삶의 질은 좋게 할 수 있으나 암이 나을 확률은 매우 낮다. 이렇게 기질적 질병이 확실한 경우에는 위약이 아픈 증상은 경감시킬 수 있어도 질병 자체를 낫게 하지는 않는다. 즉 심리적 요인에 의한 질병에만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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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신앙) 치유

성경 마태복음에는 예수가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걷고, 문둥병자가 깨끗해지며, 귀머거리가 듣고, 죽은 자가 살아나고,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이 전파된다고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수께서 다양한 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를 치료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라면 예수께서 엄청난 기적을 행하신 것이다. 지금도 천주교, 기독교 내에서는 많은 신자가 이 말을 그대로 믿고, 일부 성직자는 환자들 치료에 나서기도 한다.

이에 반하여 루르드 가톨릭 의무국은 기적이라고 판정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병이 아니어야 하고, 확실히 육체에 이상이 있는 난치병이어야 하며, 치료약물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치유는 즉시, 완전하게, 영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준을 세우고 엄격히 판정한다고 한다. 과학의 시대에 가톨릭이 과거에 범했던 비과학적인 우를 다시 범하지 않으려고 치밀하게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불교나 이슬람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종교적 치료법이 있다.

고대에는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에 종교가 환자 치료에 관여한 일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무당들도 굿을 해 환자를 치료하려고 했다. 나는 무속도 종교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난치병에 걸리면 무당에게 가는 환자나 보호자들도 있다. 일부 성직자들은 잘못된 믿음에 근거해서 환자를 치료하려고 하지만, 일부 종교인은 자기 행위가 사기라는 점을 알면서도 돈이나 권력을 목적으로 환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선다고 하니 이런 종교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참 딱하다.

간혹 종교인들이 치료한다고 환자를 폭행하거나,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행위, 예를 들면 수혈을 금한다고 보도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참으로 비과학적인 행위이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만 있지는 않고, 과학이 발전되었다고 알려진 미국, 독일, 영국 등 전 세계 어디서나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인간의 우둔함이란 참으로 오묘하기까지 하다. 나는 무속이든 종교든 위약이 효과를 보이는 질병에서는 유사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루르드 가톨릭 의무국의 기준에 부합하는 기적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시대에 성직자들도 과학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과학에 맡기고 종교가 해야 할 일에 차분히 집중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심리 요법과 최면 치료

불교가 우리나라에 처음 전래 된 해가 고구려 소수림왕 2년인 372년이라고 하니, 우리 민족이 불교와 함께 살아온 지가 약 1,600여 년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전생에 매우 익숙하다. 내 친한 의과대학 동기 김영우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이다. 그가 1996전생 여행이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이 책이 우리나라 서점가를 강타하자 김영우 박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고조되었고, 김 박사는 갑자기 최고로 인기 있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가 되었다. 환자도 많이 보지만, 2012년에 출판한 빙의는 없다란 책을 포함해 총 4권의 저서를 출판할 정도로 저술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김영우 박사는 전통적인 약물치료 방법 등이 효과가 없을 때 전생 퇴행 요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김영우 박사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최면요법 전문의가 아닌가 싶다. 전생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전생 퇴행 요법은 효과가 있고 정신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방법이라고 하니 전생과 별개로 전생 퇴행 요법은 의미가 있나 보다. 김영우 박사는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최면술, 특히 전생 퇴행 요법을 적절하게 인정하지 않으니 이런 치료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종교인들의 치료법 중 상당 부분이 최면요법인 것 같다. 최면요법을 과학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사람은 18세기로 독일 의사 메스머(Franz mesmer)이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메스머의 최면술이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벤자민 프랭클린, 앙투안 라부아지에 등이 조사하였는데, 결론은 효과 없음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당대의 최고 인사들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다. 1843년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 브레이드(James Braid)가 최면이라는 말을 처음 썼다. 인도에서 일하고 있던 에스데일(James Esdaile)이라는 스코틀랜드 외과 의사가 1845년 최면술로 환자를 마취시키고 많은 수술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금 최면술로 마취시키면 의료과실로 소송당할 것이다. 마취약이 잘 개발되어 안정적으로 마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드(Sigmund Freud)도 처음에는 최면술을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다가 최면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다. 프로이드는 최면술을 떠나기는 했으나 최면술의 효과는 인정하였다.

프로이드는 참으로 유명하여 나도 대학 시절 그가 쓴 꿈의 해석정신분석학 입문을 읽어본 적이 있다. 이해하지도 못하며 억지로 읽었다. 그래서 아직도 내 책장에는 이 책들이 과제물처럼 꽂혀있다. 많은 비판을 받지만 그래도 프로이드를 시작으로 무의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고, 다양한 종류의 정신의학과 심리학이 발전하였다고 하니 프로이드 만한 학자가 되기도 쉽지는 않은 일이다. 지금도 많은 심리학자가 프로이드의 제자라고 생각할 정도이니 프로이드 영향력은 막강한 것 같다.

그 반면에 프로이드 이론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쟁쟁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나 같은 문외한은 참으로 혼란스럽다. 프로이드를 비판하는 사람 중에는 과학철학자 칼 포퍼, 긍정심리학의 대가인 마틴 셀리그먼,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하버드대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 노벨 물리학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이니 프로이드의 진가를 판단하기 참으로 어렵다.

영국 소화기내과 의사 워웰(Peter Whorwell)은 최면술을 이용해 과민성 장 신드롬(irritable bowel syndrome, IBS) 환자 치료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워웰은 다양한 약재도 써 보았지만, 최면술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놀랍게도 IBS 환자 대부분에서 위약은 일시적 효과만 보이는데, 최면술은 장기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2016년 학술지 네이쳐(Nature)에 대담형식으로 실렸으니, 좁게는 최면 치료, 넓게는 심리치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과학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워웰은 3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학자이니 그의 주장을 엉터리라고 매도하기에는 부담스럽다.

 

가상현실 치료법

1989년 나는 처음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방문하여 근처 IMAX 영화관에서 고글을 끼고 그랜드 캐니언 장관을 보았는데, 발아래로 펼쳐지는 계곡의 깊은 낭떠러지를 볼 때는 오금이 저리는 공포감을 느꼈다. 지금은 이런 장관은 하찮다고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헐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가상현실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상현실이란 용어는 1989년 미국의 래니어(Jarson Lanier)가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가상현실을 응용한 치료법을 가상현실 치료법(virtual reality therapy)이라고 하여 지금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 공포증, 통증, 알코올중독 등 재활의학과 정신과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가상현실 치료법은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클라크 애틀랜타 대학교(Clark Atlanta University)의 코블(Joseph R. Coble) 교수가 그의 박사 과정 학생인 노스 부부(Max M. North, Sarah M. North)와 함께 다양한 공포증 치료에 적용한 실험이 최초이다. 이후 이 기술은 급속히 발전하여 다양한 질병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스노월드(SnowWorld)’라는 가상현실 치료법은 시애틀 워싱턴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 심리학과 패터슨(David Patterson)과 엔지니어 호프만(Hunter Hoffman) 교수가 화상을 심하게 입은 환자를 위해 개발하였다.

환자는 치료받는 동안 가상의 눈 세계 속에서 뛰어노는 체험을 하며 통증을 잊게 된다. 화상의 고통과 3도 화상 시 생기는 가피(eschar) 벗기는 일을 경험한 환자들에게 스노월드(SnowWorld)’는 많은 도움을 주며 구원자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프로그램을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1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노트북과 고글로 대체되었다. 물론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다. 조만간 노트북 대신 핸드폰을 써서 가상현실 치료를 하는 세상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병원이 이미 가상현실 치료법을 도입해 환자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까지 의료에 도입되고 있으니, 의과대학 학생이나 젊은 의사들은 의학만 알아서는 안 되고, 컴퓨터 활용도 전문가 수준이 되어야 하니 이들이 공부해야 하는 양이 점점 많아져만 가고 있다. 그래도 시대에 뒤 쳐진 의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배워 숙달되어야 한다. 미래 의사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도전이다. 의사 되기 참 어렵다.

 

참선과 명상 요법

우리나라 불교 최대 종단 조계종은 중국에 선종을 전한 초조 달마대사의 법을 계승한다고 주장하며 참선(參禪)을 최고의 수행법으로 여긴다. 그래서 스님들이 참선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배려하고 있고, 많은 곳에 수행처가 있다. 참선 수행이 높을수록 고승으로 추앙받는다.

 

고려 시대까지 성하던 불교가 조선 시대가 개막되며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한다. 조선 시대 개국에 크게 공헌한 정도전을 비롯한 유학자들이 고려 말 불교의 폐해에 분노하여 불교를 금하자 시간이 갈수록 명맥 유지하기에도 급급하더니, 조선 중기 이후에는 스님들이 천민으로 취급당하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이런 억압적인 사회적 분위기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불교계에 서산대사라는 뛰어난 선사가 선조 때에 나타나 선가귀감이라는 좋은 책을 남겨놓았다. 서산대사는 사명대사 스승이다. 선가귀감은 나도 종종 읽어보는데, 마음에 위안을 주고 좋은 가르침을 간결하게 주는 훌륭한 책이다.

서산대사 이후 불교는 근근이 명맥만 이어오다가 조선 말 경허 스님이라는 대선사가 나타나 우리 근현대 불교를 다시 일으켰다. 최인호의 경허는 길 없는 길주인공이다. 1849년 전주에서 태어나 9세 때 의왕시 청계산에 있는 청계사로 출가하였고, 충남 서산에 있는 천장암(천장사)에서 확철대오하였다고 한다. 천장사에 가서 경허가 참선했던 방이 너무나 비좁은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천장암에서 경허의 '삼월(三月)'로 불리는 수월, 혜월, 만공 스님과 함께 수행하였는데 이 제자 세 분이 제자들을 뛰어난 선사로 키워 우리나라 근현대 불교에 끼친 영향이 참으로 크다. 네 분의 고승 덕분인지 천장사에 가면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참선을 이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불교가 참선에서 유래한 명상을 전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데에는 크게 공헌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오히려 우리가 소승불교라고 얕잡아 보는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의 남방 불교는 미국과 유럽에 잘 전해져 그곳에서 크게 부흥하고 있다. 참선에서 유래한 명상 프로그램은 미국과 영국 학자들이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명상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역수입되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이러니다. 우리도 조금만 응용하면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서양인들에게 빼앗기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비단 참선만이 아니고 많은 분야에서 그렇다.

존 카밧 진(Jon Kabat-Zinn)은 마음챙김(알아차림)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감소-이완(MBSR, 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1979년 자기가 교수로 있는 매사추세츠 의과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Medical School)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시작하였다. 카밧 진은 미국 명문대 MIT에서 박사 과정을 하던 중 숭산스님을 비롯한 여러 스님에게 참선을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카밧 진 스승은 살바도르 루리아라는 노벨상 수상자이고, 이 교수 제자 중 4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저명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볼티모어도 루리아의 제자이다. 이런 좋은 교수 밑에서 동료들과 함께 공부했던 카밧 진은 연구 대신 참선에 빠져 교수가 되어서도 명상 관련 논문 9편만 발표하였으니, 학자로서는 매우 위험하게 살아온 것 같다. 어찌 보면 이렇게 비학문적인 교수를 참아준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사추세츠 의과대학은 의생물학 분야 연구에서 아주 뛰어난 대학이니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매사추세츠 의과대학뿐만 아니라, 미국 내 수백 개 병원과 단체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니, 카밧 진의 업적은 노벨상을 받은 스승과 동료들 못지않다고 볼 수도 있겠다. 꼭 논문 쓰는 것만이 학문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러 병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치료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우울증 치료에 더 초점을 맞춘 마음 챙김에 근거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윌리엄즈(Mark Williams) 교수가 카밧 진의 MBSR을 개선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다. 영국 엑스터 대학교가 이 명상법을 활용하여 우울증 환자들 재발률을 50%나 감소시켰다고 한다. 역시 우리나라 많은 기관에서 활용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s General Hospital)은 하버드 의대 병원 중에서도 가장 크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병원이다. 이 병원에도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심장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이 심신의학 연구소(Mind/body Medical Institute)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벤슨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 사라 라자르(Sara Lazar) 박사는 명상하면 성인의 뇌 구조도 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원래 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복구되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명상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뇌가 형태를 바꾸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라자르가 밝힌 것이다. 즉 명상이 소위 뇌 신경세포의 가소성을 높여 뇌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미국 명문대학 위스콘신-메디슨 대학(University of Wisconsin at Madison)도 명상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J. Davidson) 교수가 설립한 건강 정신 연구소(Center for Healthy Minds)는 명상에 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 하버드 의대와 자웅을 겨루고 있을 정도이다. 데이비슨 교수는 14대 달라이 라마와 오랜 친구라고 한다. 위스콘신-메디슨 대학은 달라이 라마의 제자들이 명상 상태에 있을 때 뇌 영상을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블랙번(Elizabeth Helen Blackburn)은 호주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생물학 및 생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분자생물학자인데, 텔로미어라는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효소 텔로머레이제(telomerase)에 대해 연구한 공로가 인정되어 2009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텔로미어가 짧아진다고 한다.

블랙번은 명상이 텔로머레이제를 활성화하여 텔로미어 길이를 보호하거나 오히려 늘려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행히도 블랙번은 가난하거나 불행한 가정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면 텔로미어가 짧아진다는 사실도 발견하고 이들을 사회에서 잘 보호해야 한다고 네이처 학술지에 발표하고 주장했으나, 정치인들이 크게 받아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릴 때 다친 마음이 커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위와 같이 명상이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이 많이 연구하여 발표하고 있다. 이 외 세계 곳곳의 많은 학자도 명상이 몸에 미치는 좋은 효과에 관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는 템플스테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일반인들이 절에 며칠 머무르며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시 생활, 직장생활, 가족과의 일상 중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과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며 휴식을 취하라는 취지에서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에는 참선 수행이 들어있다. 일상에 지치면 템플스테이에 참여하여 명상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참선을 수행하며 자신을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명상은 참선에서 유래하였다. 그런데도 우리 불교가 정수라고 내세우는 참선은 대중화되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고, 서양인들이 개발한 명상 프로그램은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다. 더구나 요즘 참선 좀 한다는 일부 스님들마저 남방 불교 수행자나 이들에게서 배운 서양 수행자에게서 참선을 배워 제대로 하게 되었다고 떠벌리고 다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였는지 우리 참선을 전문으로 하는 스님들이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비슷하게, 우리가 오랜 문화로 간직하고 있는 일들이 우리 손에서 꽃피지 못하고 외부인들에 의해 대중화되고 상업화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반성하고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기들 것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들은 분명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생리이니 살아남기 위해서도 우리 문화유산은 우리 스스로 발전시켜 더 세계화해야 할 것이다.

 

마음이란 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는 말이다. 나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이 말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어려움을 떨치려고 노력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는 일인데, 2003년 랠스턴(Aron L. Ralston)이라는 미국 등산가가 오른쪽 팔뚝을 깔아뭉갠 바위를 어쩌지 못하고 5일을 가져간 물만 마시다, 물마저 떨어지자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참았지만, 끝내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끼고 마침내 가지고 있던 싸구려 칼을 꺼내 스스로 자기 팔을 절단하고 탈출하여 구조되었다. 내가 아는 젊은 스님은 설악산 봉정암에 여신도들과 함께 등산하다가 다리가 부러졌는데, 부러진 뼈가 살을 뚫고 허옇게 나왔는데도 그 다리로 여신도들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봉정암에서 무사히 하강하였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소름이 끼쳤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많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런 초인적인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정신이다. 인간의 정신은 위급 시에는 이렇게 강해질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초인적인 상태에서 살 수는 없다. 우리는 많은 경우 정신적 위안이 필요하다.

인간은 분명 육체와 정신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육체가 정신을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정신이 육체에 미치는 영향 역시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위약이든 최면술이든 종교든 명상이든 환자 치료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은 질병에 있어 심리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대학병원 임상 교수들은 물론 개원의들까지 환자 보는데 사용하는 시간은 3분이 채 안 된다. 환자는 많고, 수가는 싸니 어쩔 수없이 많은 환자를 진료해 돈을 벌어야 한다. 이렇게 짧은 진료 시간에 어떻게 환자의 심리까지 보살필 수 있겠는가?

더구나 현대 의학은 최첨단 기기에 철저히 의존하고 있다. 환자들이 첨단기기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의료과실에 대해서 의사들을 비난하고,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는 의료풍토에서 의사들은 인정이 통하는 진료보다는 차가운 기기와 검사에 의존하는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의사들의 상징으로 쓰였던 청진기가 지금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젊은 의사들은 묻고, 보고, 청진기로 듣고, 타진하는 고전적 진료행위를 하는 대신, 인정머리 없는 기기와 검사결과에 의존하고 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운영자들은 이런 진료행위가 효율적이고 돈벌이에 유리해 오히려 장려하기까지 한다. 젊은 의사들이 첨단 장비에 너무 의존해 그들의 임상 실력이 날로 떨어진다고 원로 임상 교수님들은 한탄하신다. 젊은 의사들 장차 모두 첨단 장비가 구비 된 병원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뻔하니 염려하시는 것이다. 즉 환자를 영혼이 없는 물체로만 보게 된 세상을 걱정하시는 것이다.

많은 환자는 마음이 아파 몸이 아프다. 마음을 다스려주면 몸이 낫는다. 그런데 마음의 병은 많은 경우 잘못된 인간관계 때문에 발생한다. 한때 우리나라에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유행하기도 하였는데, 우리나라에 마음 아픈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큰 잘못이나 실수를 하여 좌불안석해도 깊이 생각해 보면 그런 불안은 남에게 존경받아야 한다는 자기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생각이 커지면 몸에 병을 일으킨다.

그런데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남으로 인해 내 생활과 생명이 망가진다면 참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이다. 물론 가족이나 직장 내 피할 수 없는 천적 같은 존재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을 당하여 살아갈 마지막 힘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자기 마음을 챙긴다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자기 마음 챙기고 또 챙기며 살아가야지. 어떤 상황에서건 먼저 자신의 정신을 강하게 만들어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혼자 힘으로 안 되면 종교나 타인에게 의지해 보는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의사를 찾아 심리치료를 받거나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지 중증환자 경우에는 절박한 심정에 손에 잡히는 대로 뒤죽박죽으로 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결론

마음에서 오는 병을 잘 처리할 수 있으면 국가적으로도 많은 의료비가 절감되어 큰 득이 된다. 의사들은 병다운 병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정부나 마음에서 오는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내 마음을 챙기기 위해 한 번 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마음속에 새겨 넣는다. 나태주 시인의 꽃잎 3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 피워 봐. 참 좋아를 되뇌며 힘을 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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