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이미지제공 - 박미애 사진가

 

장날 가장자리

분주하게 좌판대를 펴서

그럴싸한 생 닭집 난전에

 

가슴을 열고

머리없이 진열대에 누워보니

햇살이 비닐 구멍 속 심장을 녹여

훈기가 온몸에 퍼지니

흥정없이

텅빈 담소로 살아 온 삶은

주머니는 얇고

화려한 조명도 없지만

왕래하는 소문은 벌써 부자다

 

인생의 깊이 보다

천한 몸 값에 무게를 달고

검은 봉지를 쓰고 떠날땐

반짝이는 백열등만이

환생의 복을 두손 모아

빌어 주는 정겨움들

 

운명을 결정하는 선택은

있는 그대로인 나

뼛속까지 어두워야 밝아지리라.

 

시인 - 최주철

 

강원경제신문 코벤트문학상(토지문학회) 시부문 대상 수상

남명문학상(김해일보주최) 소설부문 우수상 수상

김해일보 칼럼 게재

 

시 감평 / 시인 박선해

 

장날은 우리 민중 생활의 바탕이 되어 왔다. 전통시장, 즉 재래 장날이라며 지역따라 일자에 서는 장터가 곳곳에 있다. 오랜 역사에서는 유일한 삶의 풍미로서 유년의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손꼽아 기다리는 맛과 멋이 어우러져 왔으며 시대따라 다양한 변이를 이뤄 왔다. 거주지의 장을 두른 시인은 생선 좌판이 무너지지 않는 철학처럼 섬세히 눈길에 닿았음이다. 서정적 마음으로 펼쳐 낸 투명한 시이다. 흥정없이 살아 온 삶이라 표현한데는 때묻음 없는 환경적 생활이라는 삶을 중심으로 살아왔다는 의지를 나타내었음이라 본다. 검은 봉지가 씌워질때와 백열등은 끝남, 즉 다함과 시작, 즉 재생을 읽을 수 있는 오메가를 본다. 영생의 의미와 윤회의 꿈을 얹는다. 형식없는 시에서는 정감이 다복 다복 저기 저쯤 장터에서 풍토로 걸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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