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굶고 점식은 학교급식으로 먹고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환경과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가족...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

나는 사회복지사다. 그리고 초등학생 남매를 둔 두 아이의 아빠다.
2020년 2월 말까지의 일상은 평범했다. 그런데 2월 말 부터는 그 평범함이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아마도...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입사 19년 만에 처음으로 일주일간의 재택근무를 해야 했고... 아이들의 개학이 미뤄졌다. 재택근무를 마치고 출근을 했지만 출퇴근 이외의 다른 일은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4개월이 지난 지금도 나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출근, 그리고 퇴근... 다만 바뀐 것이 있다면 온라인 예배가 현장예배로 바뀐 정도다. 4월 말쯤에는 신규 확진자가 한자리수라 일상으로의 복귀에 대한 기대도 했었지만 5월 이후에는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의 완전한 복귀에 대한 기대는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과 가끔씩 가던 야구장도 이제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평일에 출퇴근하고... 주말엔 쉬고... 어쩌면 나의 일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여기저기 다녀야 했던 것에 비히면 더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처음 개학이 1,2주 연기될 때는 좋아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4월 중순이 되어서야 온라인 개학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학교를 간다. 그나마 쉬는 시간도 거의 없이 공부하고 큰아이는 급식도 먹지 않고 하교한다. 하루에 한 시간 태권도 수업, 일주일에 하루 교회에 가서 예배만 드리고 오는 것...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외부활동의 거의 전부다. 나머지 시간은 거의 집안에서 보낸다. 맞벌이라 낮시간은 할머니와 보낸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버텨 주고 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그렇다.
앞에서 말했지만 나는 사회복지사다. 19년의 경력 중 13년을 현장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사회복지현장에서 봐왔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아침은 굶고 점식은 학교급식으로 먹고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먹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학교도 지역아동센터도 갈 수 없으면 굶는 아이들이 생긴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아이들은 또 어떤가... 반지하... 단칸방...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 한다. 방치되거나... 부모로부터의 스트레스에 오히려 노출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환경과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가족... 코로나 19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