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물동량의 99.9%, 교역액의 72%를 항만에서 처리
항만을 가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크루즈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꿈의 장소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들어가며
우리가 우리 생활속에서 항만이라 함은 유행가 가사에서 단골로 나오듯 이별과 눈물, 탄식, 마도로스등 낭만적인 모습부터 거친 부두 노동자의 삶과 때로는 범죄가 빈발하는 살벌한 남자들의 험한 삶이 숨쉬는 곳으로도 등장한다.
그러나 항만은 근대에 들어 우리 국가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으며 특히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국가경제 활동의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담당하여왔다. 즉 경제개발기인 60년대부터 70년에는 국가의 공업화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연안공업 단지와 더불어 공업항이 항만의 주류를 이루었고, 1980~1990년대의 복합운송체계를 지원하기 위한 항만 배후지 및 지원시설 건설과 더불어 항만은 물류복합공간으로 발전하였으며, 2000년부터 종합물류기능, 산업공간, 생활문화공간으로 항만 기능이 한층 확대되고 현대화되어 우리 생활 속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미 많은 통계에서 우리나라 경제는 무역에 70% 이상을 의존하고 있으며 그 무역 의존도에서 수출입 물동량의 99.9%, 교역액의 72%를 항만에서 처리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항만은 우리의 경제활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도로나 철도, 항공처럼 우리의 실생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항만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화물연대 파업등으로 수출입 물동량이 적시에 처리되지 못하고 막힐 때 항만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 눈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항만에 대하여 하나씩 알아보자.
항만의 정의
항만은 사전적 의미로 포탈 등에서 찾아보면 “바닷가가 굽어 들어가서 선박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고, 화물 및 사람이 배로부터 육지에 오르내리기에 편리한 곳. 또는 그렇게 만든 해역(海域”을 말하고 있으며 항만법에서는 “선박의 출입, 사람의 승선·하선, 화물의 하역·보관 및 처리, 해양친수 활동 등을 위한 해양시설과 화물의 조립·가공·포장·제조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 정의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물의 양·하역 및 보관 등을 하는 단순 기능밖에 없었으나 현대에 들어 와서는 화물의 양·하역, 보관은 물론 해양 친수 활동과 상품의 제조 활동까지 담당하는 복합 부가가치 창출 장소로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항만의 범주에는 순수한 항만 외에 어항, 해안, 해양시설물과 항만과 연계할 수 있는 관광, 위락시설과 해저 파이프등 바다와 연관된 시설까지 항만분야에 속한다.

항만의 종류
항만은 사용상의 종류로 일반화물과 여객을 수송하는 부산항과 같은 상항(Commercial Harbor)과 공업 원자재와 생산품을 양·하역하는 포항항과 같은 공업항( Industrial Harbor), 어업을 근거지로 어획물을 양육, 출어준비와 어선 대피기능을 갖춘 기장 대변항 같은 어항(Fishery Harbor), 군용선 전용으로 군함 및 보급선의 정박·보급·수리와 장병의 승하선을 목적으로하는 진해항 같은 군항(Military Harbor), 폭풍우 등으로 인한 기상악화 시 소형선박 등이 대피하는 것을 목적으로하는 거문도항 같은 피난항(Refuge Harbor), 수상비행기 정박을 위한 항공항(Airial Harbor), 스포츠나 레크레이션용 요트나 모터보트 등이 정박할 수 있는 해운대 요트항과 같은 마리나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지세상(地勢狀)으로 해안에 건설된 연안항(沿岸港)과 하구(河口)에 건설된 하구항,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지만 중국의 장강을 따라 개발된 하항(河港)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조석을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조석 영향을 차단하여 항만 기능을 수행하는 인천 내항과 같은 갑문식항(Dock harbor)과 외해에 개방되어 조석의 영향을 받는 감조식항(Open Harbor)등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는 무역을 담당하는 상항은 원양구역을 오고가는 선박이 이용하는 무역항과 국내의 연안구역을 항행하는 선박이 이용하는 연안항으로 구분한다(표 1-1).

참고로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어항시설은 총 110개로 연안역에 72개, 도서지에 38개가 분포되어 있다.
항만시설 현황
그럼 수출입 물동량을 처리하는 우리나라 항만시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해안선의 연장은 14,962km(북한 4,068km 포함)로 여기에 건설된 무역항과 연안항의 부두길이는 188km이며 동시에 977척의 선박을 접안할 수 있다. 여기서 처리할 수 있는 하역능력은 1,188 백만톤, 년중 취급 화물량은 1,624백만톤이 되고 있으며 이중 컨테이너 처리량은 2,897만TEU(TEU: 20feet 컨테이너 단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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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항만시설(2018, 12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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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시설:188km(일본: 1,800km, 북한: 14k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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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안능력: 977척(부산: 137척, 울산: 116, 인천: 137, 광양: 101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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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능력: 1,188백만톤/년(부산: 354, 광양: 194, 인천: 137, 울산: 77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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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급화물량: 1,624백만톤/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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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처리량: 2,897만 TEU(환적 1,206만 TEU) |
출처: 2019년 해양수산부 항만업무 편람.
우리나라 항만의 역사
고대 우리나라 항만의 흔적은 경상남도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등에서 고대인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아가 어로 활동을 하는 모습과 통일신라 시대 장보고의 청해진(지금의 완도)에서 왜구를 소탕하고 해상권을 장악하여 당나라와 일본을 상대로 무역을 하였다는 사실에 미루어 인공적인 항만시설 존재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고려시기에는 조창이 설치된 홍원창(강원 원주), 덕흥창(충북 충주), 영풍창(충남 서산), 하양창( 충남 아산), 안흥창( 전북 부안), 진성창( 전북 임피), 부용창( 전남 영광), 해릉창( 전남 나주), 해룡창( 전남 순천), 장흥창( 전남 영암), 통양창( 경남 사천), 석두창(경남 창원), 안란창( 황해 장연), 경창( 경기 벽란정)등에 내륙항이 존재하였으며 이는 대부분 어항을 겸하고 있었으나 자세한 시설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조선시대 초기 1420년대 항구로 열거된 곳은 경기도 6곳, 충청도 8곳, 경상도 21곳, 전라도 16곳, 황해도 7곳, 강원도 6곳, 평안도 3곳, 함경도 5곳등 총 72곳이 대표적인 항구였으며, 임진왜란 이후 1607년 현재 부산시 수정동 자리에 두모포 왜관이 설치 되었으며 1678년 초량으로 이전하여 초량 왜관 시대로 이어진다.
조선중기 대외무역은 내이포(乃而浦), 제포(薺浦), 부산포(富山浦), 부산포(釜山浦), 염포(鹽浦)에서 왜와 무역을 하였으며, 1876년 운양호 사건으로 부산항과 인천항, 원산항을 개방하고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 체결후 진남포, 목포, 군산, 성진항을 추가로 개방하게 되었다. 구한말 개방된 항만이라 하더라도 관세행정 및 항만시설이 빈약하여 천연지형을 이용하여 화물을 하역하는 항만 형태 불과하였으나 1906년에 이르러 과거 10개년 수출입 증가율이 4배에 달해 항만의 현대화가 절실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06년부터 1910년까지 제1기 개항장 확장공사를 추진하게 되었으며 여기에 인천항 외 8개항을 대상으로 항만건설과 세관 설비공사 예산 3,644,546원을 투자하여 현대화 공사를 추진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항만의 위상
위에서 언급하였듯 우리나라 항만은 연안 화물을 취급하는 연안항과 국제항로를 이용하여 수출입을 담당하는 무역항을 합쳐 60여개 항만과 400여개의 국가 및 지방 어항이 있다. 이중 무역항은 2019년 기준 16억 3,788만톤의 화물을 취급함으로써 우리나라가 무역 1조 달러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그중 부산항은 1876년 개항하여 현재는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화물(우리나라 전체 2,956만 TEU중 2,190만 TEU )을 취급함으로써 우리나라 제 1의 항만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은 지정학상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세계 3대 간선항로 상에 위치하여 제 세계 2의 환적화물 처리 항만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주변의 중국 상해항이나 일본의 고베항 등보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큰 항만이라 할 수 있다.

맺으며
우리나라의 항만 위상이 세계 유수의 항만과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어느날 갑자기 얻은 결과가 아니다. 우리는 예전부터 항만을 통한 물류 활동을 활발히 진행 하여 왔다.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시대 황해와 경기만에서 수군 세력의 각축전은 해상통상로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으며, 특히 후신라 시대 장보고 대사의 3국을 대상으로 한 활발한 해상무역과 해상물류의 꽃을 피운 고려 시대의 전성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호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바다의 중요성을 등한시한 조선 시대에는 육상물류 위주로 한 조공무역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체 해양국으로 국운이 강성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잃었으며 조선조 말기에는 국가마져 짓밣히는 비극과 가난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어둠의 시대로 떨어지는 사태를 맞고 말았다.
다행히 근래에 이르러 바다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은 우리는 다시한번 우리의 바다를 향해 무한한 잠재력을 내뿜기 시작하였다. 일찍이 ‘바다를 다스리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해양국력을 키운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대국으로 세상을 지배하였으며, 무적함대 스페인, 포루투칼, 네델란드 등은 작은 나라임에도 세상을 호령하는 강성대국의 전성기를 맞았으며 지금도 대양을 지배하는 미국은 거의 한 세기가 다되도록 5대양 6대주에서 경쟁국 없는 초단극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세는 계속되리라 생각한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상 현명한 처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까지 항만 현대화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없는 개발자금을 충당하기 위하여 ADB, IBRD, OECF,등 해외개발자금을 빌려다 오늘날 부산항, 인천항등 국내 유수의 항만을 건설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현대 항만은 단순한 양·하역 위주의 양적팽창 항만으로 만족해서는 안되며 앞으로의 항만은 시설과 장비를 스마트화하여 항만 효율을 높이고, 항만에서 보관, 제조, 조립, 가공, Labeling까지 시행하여 수출하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항만 Complex로 거듭나야 하며, 기존의 항만은 잘 가꿔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또는 바다를 접하는 친수시설로 탈바꿈하고, 또 현재까지는 항만시설 건설에 치중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연안시설을 정비하여 퇴적과 침식을 막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토를 보존하는 일에 힘써야 하겠다.
항만을 가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항만은 시민과 함께 하는 깨끗하고 쾌적하며 누구나 이런 장소에서 크루즈 여행을 떠나보고 싶은 꿈의 장소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항만 및 어항공학 (주재욱, 강석형 한림원 출판)
항만지 2020년 신년호, 봄호(항만협회)
해양수산통계연보 2019(해양수산부)
역사속의 물류, 물류인 (정필수 지음)
항만협회 35년사(한국항만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