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는 편지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기쁨이고, 위로와 격려가 된다는 걸 기억하고 싶습니다

 

 

카미유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

 

"저에게 보내주시는 편지같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혼자만의 상상이라도 좋네요." 제 sns에 실린 [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이라는 글에 남겨진 Y 님의 댓글입니다. 이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마치 이 문장들이 저를 향해 발그레 미소를 짓는 것 같았어요.

Y 님은 폴란드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얼굴도 모르고요. "갑자기 폴란드로 편지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하고 답글을 남겼습니다. "여동생이 한 번씩 필요한 물건을 보내주는데 뭘 보냈는지 알면서도 도착할 때까지 설레게 돼요. 근데 손 편지라면 떨릴 거 같네요." 마지막 문장이 머릿속에 맴돌았어요."손 편지라면 떨릴 거 같네요." 세탁기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도 이 문장이 저에게 노크를 하는 것만 같았어요. 문을 두드리는데 외면할 수가 없어 저는 그분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편지를 보내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는 말에  도착한 답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게 되어 부끄럽지만 너무 좋네요. 지금 폴란드에 눈이 펑펑 오고 있는데 축복받는 느낌이에요."

 

카미유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

 

다음날 그분의 sns를 보고 울컥했습니다. " 지원님이 멀리 폴란드까지 손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와! 그 순간의 기쁨, 행복, 떨림, 흥분, 즐거움... 말로 다 설명할 수없이 좋았네요. 아이들 밥 먹일 때 둘이 장난치고 다 흘리며 먹어도 어서 먹자~상냥하게 타이르고, 얼른 나가야 하는데 옷 입다가 뛰어다녀도 평소엔 욱해서 화가 났을 일도 오늘은 배시시, 혼자서 키득키득 웃어넘길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네요."

​편지 한 통에 아이처럼 즐거워하고 감동하는 Y 님의 모습에 저는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그 감동을 오래오래 간직하려고 합니다. 그리 대수로울 것도 없는 편지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설렘과 기쁨이고, 위로와 격려가 된다는 걸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계속 편지를 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폴란드에는 아직 편지를 부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당분간 일반우편이 금지되어서 대기 중입니다. 언제쯤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 그리움을 담아 이 시로 폴란드의 Y 님에게 안부를 대신해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

카미유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

 

​      

안부

배귀선

잘 지내고 있나요

당신의 하루는 어떤가요

여전히 햇살은 빛나고

수채화 빛 눈부신 아침

나의 오늘은 당신으로 인해 숨을 쉽니다.

편안한가요

당신의 시간은 어떤가요

계절 색 더해지는

짙은 커피향의 오후

나의 상념은 당신으로 인해 깊어갑니다.

무릎 담요 꺼내놓은 날

당신의 어느 하루가 궁금합니다.

아프지 말아요.

저작권자 © 이치저널(each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