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오프라야 강(메남 강 )은 태국 방콕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국에서 가장 큰 강
방콕시 홍수예·경보시스템 사업'개발을 위한  기술적 판단과 지원
대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류로부터의 유입홍수를 우회할 수 있는 우회방수로(bypass canal)의 건설이 반드시 필요

 

필자가 K-water에서 동부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20166월이었고, 첫 번째 임무로 외부 기업으로부터 ODA사업개발을 위해 수재해 전문가로서 태국의 방콕을 방문하여 사업개발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태국은 2011년 대홍수를 겪은 바 있다. 725일부터 중·북부 산악지역에서 시작된 홍수는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수도 방콕까지 범람이 발생하여 국내선 공항인 돈무앙 공항이 활주로 침수로 폐쇄되기까지 하면서 11월 초까지 홍수사태가 이어진 바 있다. 이 기간 400명가량의 인명손실과 18조 원대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경제성장률도 계획 4.1%에서 2%대로 감소하였다.

홍수 사태의 최대 고비는 짜오프라야강의 홍수 도달 시기와 만조 때가 겹치는 1029~30일이었으며, 짜오프라야강 수위가 홍수방지벽 높이(2.5m)에 육박하면서 방콕의 상징인 왕궁까지도 범람위기를 겪기도 하였으나, 11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태국 정부는 장기적인 치수(治水) 사업과 복구 작업에 9천억 바트(32670억 원)를 투입기로 했으며, 이에 당시 4대강살리기 사업을 마무리하며, 기술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던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김건호 사장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를 만나 짜오프라야강에 다목적댐과 보 건설, 수로 준설, 물길 확장, 하천유역 통합관리시스템 등 종합물관리계획과 실행방안 구축을 제안하였다. K-water와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하여 기본 계획을 수립하여 2012년 최대 115천억 원에 이르는 태국 통합 물관리 사업 국제입찰에 참여, 방수로와 저류지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 수주가 확정되는 듯했다.

하지만 20145월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가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20159월 태국 군부로부터 물관리사업 입찰보증서를 돌려받으면서 사업이 백지화됐다.

기존보다 규모가 더 큰 물관리 사업을 발주하겠다고 약속한 태국 군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지속적인 접촉과 지원을 계속했으나,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홍수재해가 발생하고 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무뎌지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인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거의 매년 큰 홍수재해가 발생하고, 2002년에는 태풍 루사에 의해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에 시달리던 당시 정부는 수해방지기획단을 설치하여 홍수재해 예방을 위한 항구 대책을 수립하고자 향후 10년간 80조 원을 투자하는 정책을 수립하였으나 실천되지 못했던 사례도 있었다.

짜오프라야 강(태국어: แม่น้ำเจ้าพระยา 메남 짜오프라야)은 태국 방콕을 가로질러 흐르는, 태국에서 가장 큰 강이다. 북부 산지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372km 거리를 흘러 방콕을 통과하여 타이 만으로 흘러 들어간다. 유역면적이 16만 km² (우리나라 국토면적 약 10km²), 전체 길이는 1,200km에 달하는 큰 강이다. 메남 강으로도 불린다. 이 강은 태국 최대의 곡창 지대를 관통하기도 한다[그림1].

 

 

[그림1] 짜오프라야강 유역도
[그림1] 짜오프라야강 유역도

 

필자는 2016815일부터 18일까지 외부 기관의 담당자들과 함께 방콕을 방문하였다. 이들은 태국 내 인사들과 한국정부의 ODA사업개발을 위해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거로 보였으며, ‘방콕시 홍수예·경보시스템 사업'개발을 위한  기술적 판단과 지원을 동부엔지니어링에 요청하며 출장이 진행된 것이었다.


도착 이튿날에는 방콕시청(Bangkok Metropolitan Administration)3일 차에는 국가재난경보센터(National Disaster Warning Center)를 방문하여, ‘Community Scale Flood Disaster Management System’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하고 실무자들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발표는 필자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경기도 평택시를 대상으로 구축한 바 있는 홍수재해관리시스템을 중심으로 K-water가 추진해 온 지자체 홍수재해관리시스템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사업개발을 위한 기술적 판단과 지원을 동부엔지니어링에 요청하여 출장이 진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방콕시청(BMA)의 홍수관리상황실을 둘러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다.

방콕시는 오래전부터 잦은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어와 1983년부터 짜오프라야강과 연계한 홍수방어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해 오고 있었다. 아래 [그림2]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방(dyke)과 수로(canal), 터널(tunnel), 저류지(retention pond) 및 배수장(pumping station), 물의 흐름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수문(sluice gate) 등으로 구성된 배수체계(drainage system)를 구축하였으며, 여기에 더하여 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시스템을 통해 홍수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원격으로 수문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또한 고해상도의 강우관측 레이더를 이용하여 호우(heavy rain)의 양과 이동상황을 관측하고 위성영상과 연계하여 예보하는 기능까지 구축된 것을 발견하였다.

수로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평상시 소량의 물류를 운송하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필자의 생각에는 이러한 시스템은 서울시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발전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어, 순간 신규 사업에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할지 막막함을 느꼈다.

그러나 실무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호우시 곳곳의 도로들이 침수되어 극심한 차량정체가 발생하여 이를 관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차량으로 시내를 통과하며 관찰한바, 필자의 생각에는 도로 밑 배수관거의 용량부족이나 관리 부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2] 방콕시 홍수방어시스템
[그림2] 방콕시 홍수방어시스템

 

 

[사진] 방콕시 배수로(canal)의 전경
[사진] 방콕시 배수로(canal)의 전경

 

또한 이 시스템은 지역 내에 내리는 호우를 배제하는 것을 목표로 구축된 시스템으로, 2011년 대홍수와 같이 상류로부터 큰 홍수가 유입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같은 대홍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류로부터의 유입홍수를 우회할 수 있는 우회방수로(bypass canal)의 건설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며, 이러한 계획은 앞서 기술한 K-water의 기본계획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러한 사업은 원조사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큰 규모의 사업으로 기술적인 판단보다는 정치, 경제적인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장기간에 걸쳐 철저한 계획과 검토를 거쳐야 하는 바 2012K-water가 수립한 기본계획이 무산된 것은 향후 그와 같은 홍수가 재발한다면 태국 정부로서는 크게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필자가 참여한 방콕시 홍수예·경보시스템 사업 개발은 그 후로 별 진전이 없이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일행을 초대한 태국 측 인사는 기상관련정부부서의 국장급 인사로서 한국에서의 파견 교육을 받은 적도 있는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며, 태국 정부 내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그 인맥을 이용하여 한국으로부터의 신규 원조사업을 발굴하고자 추진하고 있던 것으로 판단되었다. 한국식당에서의 저녁 식사 중 몇 순배의 폭탄주가 돌고 난 후 흘러나온 언더테이블 머니(under table money)’라는 용어와 그의 손가락 제스처는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누구를 위한 원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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