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것은 당신의 형편일 뿐,

당신은 언제나 귀하고 소중합니다.

 

 

앙리 마르탱
앙리 마르탱

 

 

낮에 산책을 하다가 빨간 우체통을 만났습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우체통에 눈길이 갑 니다.  문득 누구에겐가  편지를 쓰고 싶어집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저는 왠지 당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무슨말을 쓸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당신에게 무슨 말을 쓸까요?

아니, 당신은 무슨 말이 듣고 싶을까요?

 

앙리 마르탱
앙리 마르탱

 

물론 저는 당신에게 긍정의 말을 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다 잘 될 거야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은 거짓에 가까울 수 있으니까요. 새 해가 되었다고 해서 당신의 어려움이 해결되는 건 아닐 거예요. 따뜻한 봄이 온다고 해서 벛꽃이 핀다고, 달라지지도 않겠지요. 여전히 당신은 힘들고, 지금보다 심각해질 수도 있겠지요.

 

앙리 마르탱
앙리 마르탱

 

 

코로나가 해결되어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져도 당신은 혼자 마스크를 고집할지도 모르겠어요. 막힌 답장이 풀리듯  사람들이 우르르 거리로 나오고 도란도란 모여서 같이 밥을 먹어도 당신은 혼자 집에서 은둔자로 남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 당신을 생각하면 저는 눈물이 나려고 해요.

제가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당신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도, 아무리 비참한 처지에  놓인다 해도 당신은 그대로 존귀하다는 거예요. 

 

초라해진 것은 당신의 형편일 뿐

당신은 언제나 귀하고 소중합니다.

 

 

앙리 마르탱

 

 

사랑하는 당신,

당신은 빛으로 나와야 합니다. 당신은 빛을 통해서만 살 수 있습니다. 어둠속에선 살 수 없어요. 고개를 들어 창문에 쏟아지는 빛을 한 번 바라봐요. 밖으로 나와서 온몸에 햇볕을 느껴봐요. 자꾸자꾸 빛을 응시하고, 빛을 향해 나오고, 빛 가운데로 걸어가 봐요. 그 빛이 당신을 따사롭게 감싸줄 거예요. 당신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도.

저작권자 © 이치저널(each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