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한국 전통 공예품을 만들고 싶어요”

‘느림의 미학’과 ‘전통성’을 추구하는 윤수연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나전칠기 공예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전통공예 작가이다. 윤수연 작가는 현재 나전칠기 공예품 브랜드인 '쉘리아트'를 운영 중이다.

이번 인터뷰에는 한국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윤수연 작가의 생각들을 담았다.

 

1. 나전칠기 공예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스물다섯 살,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던 시기에 일주일 동안 기차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중 우연히 도착한 통영에서 자개로 책갈피 만드는 체험을 하게 되면서 나전칠기 공예를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직접 나전칠기 공예를 하면서 자세한 설명도 듣고 멋진 작품들도 감상하다 보니 자개의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었어요. 여행이 끝나고 집에 와서도 여전히 나전 칠기에 대한 설렘이 마음속에서 떠나지를 않아 서울에서 나전칠기 공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2. 간단하게 나전 칠기를 소개해주세요.

- 10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전통 공예로, 나전(螺鈿)은 조개껍데기를 가공하여 붙이는 기술을 뜻하고, 칠기(漆器)는 목기 제품에 옻칠하는 것을 뜻해요. 목기 제품에 옻칠하고 조개껍데기를 가공하여 아름답게 장식하는 것을 바로 나전칠기(螺鈿漆器)라고 합니다.  옻칠은 옻나무 수액을 정제한 천연 코팅제로, 뛰어난 살균작용과 방수기능뿐 만 아니라 나무를 단단하게 해주고 열에도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기능 덕분에 팔만대장경과 같은 귀중한 유물들이 현대까지 보존되어올 수 있었다고 해요.

3. 나전칠기 공예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옻칠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인위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천연 자개의 아름다운 빛깔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빛에 반사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개의 빛깔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어떤 거로도 대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보통 자개를 보면서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많이 떠올리는데, 그 빛깔에서 느껴지는 깊은 고급스러움은 매일 보아도 늘 신기해요.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는 그 매력은 꼭 눈으로 직접 봐야 알 수 있어요.

4. 전통 공예 나전 칠기는 젊은 층들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고, 그 작업도 매우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이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 질문대로 정말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리고 재료들도 다루기가 까다로워요. 자개는 모양과 빛깔이 다 달라서 하나하나 맞춰 오려야 하는데 쉽게 부러지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어요. 어느 순간 제가 숨을 참으며 작업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옻칠은 칠하는 자체도 어렵지만 정해진 습도와 온도가 맞지 않으면 마르지 않아요. 옻에 독 성분이 있는데 처음 나전 칠기를 배울 때 피부에 잘못 닿아 두드러기와 알레르기가 생겼을 때 정말 고생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간지러운 것 같아요. 그래도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아름다워서 그간의 고생을 전부 보상받는 듯 뿌듯하고 보람이 있어요. 사실 요즘에는 쉽고 빠르게 기계로 찍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잖아요. 이렇게 정성을 쏟아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수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요. IT 시대에 내가 너무 뒤떨어지는 것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많이 했는데 시대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제 가슴이 뛰는 일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5. 작가님이 특히 애정을 쏟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아무래도 처음 만든 작품이 애정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실용적인 쓰임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조그만 그림 작품인데요, 꽃을 좋아해서 꽃에 의인화를 시켜 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때는 특별한 뜻 없이 그린 건데, 지금 보니 옷고름을 단단히 매는 것에서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한 설렘과 잘해보겠다는 결심이 담긴 것 같아요.  의상으로 한복을 입고 있는 이유는 제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인데요,  앞으로도 이런 한국적이면서 저만의 느낌이 있는 디자인으로 계속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6. 현재 운영 중인 쉘리아트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 쉘리아트(Shelly Art)는 ‘조개껍데기로 만드는 예술’이라는 뜻으로, 나전칠기 공예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며,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는, 쉽게 말하면 나전칠기 공방이에요. 나전 칠기가 상류층만 사용하는 비싸고 사치스러운 공예품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누구나 쉽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예를 지향하고 있으며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보다는 오래오래 간직하며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7. 쉘리아트의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 가장 인기 있고 대표적인 것은 ‘자개 스티커’에요. 복주머니, 전통문양 등 한국의 정서가 들어간 것부터고양이, 눈꽃 모양 등 심플하고 귀여운 현대적인 것까지 디자인이 다양하며, 휴대폰이나 다이어리 등에 붙일 수 있는 아담한 크기로 가격도 저렴해요. 또, 단 한 개를 사더라도 원하는 형태로 주문 제작이 가능한 오더 메이드 방식은 쉘리아트만의 특별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8. 쉘리아트를 운영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처음 인터넷으로 판매를 시작했을 때였어요.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까?’,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어떡하지?’ 등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걱정이 가득하고 잠도 잘 못 잤어요. 주문도 일주일에 겨우 한 개 정도여서 많이 의기소침해 있었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첫 구매 후기가 달렸다는 알림이 핸드폰으로 왔는데 너무 긴장돼서 쉽게 눌러보지도 못했어요. 비장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구매 후기를 확인해 봤는데, 제품에 대한 만족과 진심 어린 응원의 글이 적혀 있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덕분에 큰 용기를 얻었고, 한동안 그 후기를 계속 눌러보며 베실 웃었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후기를 남겨주신 분은 나중에 또 재구매를 해주셨는데 그분 아이디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9. 쉘리아트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 브랜드 이름 그대로 ‘조개껍데기로 만든 예술’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예술은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에 쉘리아트를 이용해주시는 모든 분이 치열한 삶 가운데 소소한 행복과 위로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10. 작가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 지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몇 년 안에 체험 공방을 차리는 것이 목표예요. 나전 칠기를 비롯한 한국 전통공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사진제공 - 아이디어스

 

윤수연 작가의 전통 나전칠기 공예, 쉘리아트 작품들은 현재 아이디어스 내 '쉘리아트' (https://www.idus.com/shellyart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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