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디자인인데 남이 먼저 등록했다고?”
창작자들의 뺏긴 권리를 되찾는 칼날이 드디어 들어왔다. 11월 28일부터 개정 디자인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무단 도용·선점 등록 관행을 막기 위한 강력한 장치들이 본격 가동된다. 빠른 유행에 맞춰 허용됐던 ‘간소 심사’의 빈틈이 줄어들고, 도용된 디자인을 정당한 권리자가 직접 되찾을 수 있는 권리 이전 제도까지 마련됐다.

온라인 시장 확대와 함께 빈번해진 ‘노력 없는 디자인 사재기’가 법적으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일부심사등록제도의 악용을 차단해 실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 둘째, 무단으로 등록된 디자인을 되찾는 절차를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자인보호법은 모든 요건을 심사하는 ‘심사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패션·문구·식품 패키지 등 트렌드가 빠른 분야는 신속한 권리 확보를 위해 일부심사등록제도를 운영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의 허점을 악용한 등록 사재기였다. 이미 널리 알려진 디자인을 마치 자신이 만든 것처럼 등록해 독점 판매하려는 행위가 늘어난 것이다.

개정된 법은 이런 악용을 끊어내기 위해 심사관이 신규성 결여 등 명백한 거절 사유를 발견하면 일부심사등록출원이라도 바로 등록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 후 제기할 수 있는 이의신청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조정됐다. 기존에는 등록공고 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만 허용돼 정당한 권리자가 대응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침해 경고나 오픈마켓의 소명요청 등 ‘침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 단 공고일로부터 1년 이내라면 누구든지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잘못 등록된 디자인이 일찍 시장에서 정리돼 거래 질서도 안정된다.

 

 

가장 큰 변화는 ‘디자인권 이전청구’ 제도의 도입이다. 무권리자가 도용한 디자인을 선등록해도, 이제는 정당한 창작자가 법원에 직접 이전을 청구해 그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기존처럼 무효심판을 거쳐 다시 출원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반드시 밟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창작자의 시간·비용 부담은 크게 줄어들고, 권리 회복은 빨라진다.

출원 편의도 개선됐다. 제출 서류에서 ‘창작내용의 요점’ 기재 의무가 삭제돼 절차가 간단해진다.

지식재산처는 이번 개정으로 “일부심사제도의 악용을 막고, 정당한 권리자에게 더 빠른 권리 회복 루트를 제공해 창작자 보호를 강화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진 시대, 창작자의 권리가 뒤늦게라도 제대로 보호받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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