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잠겨 있던 여의도 지하벙커가 다시 열린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폐쇄 공간이 세계적 작가의 감각과 시민의 참여로 채워지며 서울의 새로운 문화 실험장이 된다. 서울시는 2025년 11월 21일부터 2026년 5월 14일까지 사진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사진·영상 전시 <캣츠 앤 독스 : THE GREAT CIVILIZATION>을 여의도 지하벙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세계적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앞두고 마련된 상징적 문화 프로젝트이자, 벙커라는 특수한 공간을 ‘관람형 전시’에서 ‘시민 참여형 문화생태계’로 전환하려는 서울시의 전략이 담긴 실험적 시도다.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은 대표작 <하늘에서 본 지구>로 널리 알려진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진과 영상을 선보인다.

여의도 지하벙커는 냉전기의 흔적이자 오랫동안 손닿지 않은 도시 속 숨은 공간이었다. 2015년 시민에게 첫 개방된 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운영되며 공공문화 공간으로 기능했다. 지난 6월 스포티파이와 K-POP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메종 엔하이픈’ 팝업으로 대중적 잠재력도 확인됐다. 이번 전시는 벙커가 본격적으로 ‘혁신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는 두 번째 이정표다.

전시는 EBS와 에스엠에듀미디어가 공동 주관하며, 안전한 관람 환경을 위해 온라인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더불어 교육·참여·커뮤니티 중심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아동·가족 대상 교육 프로그램, 시민 참여형 사진·영상 콘텐츠 제작, 반려동물 관련 특화 이벤트 등이 진행되며, 캐리어에 한해 반려동물 동반 관람도 가능하다. 단순히 보고 지나가는 전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전시에 ‘참여하고 만든다’는 경험을 확장하는 구조다.

 

 

서울시는 벙커의 문화공간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운영 모델을 민간과 함께 확대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지하 공간의 단점을 보완하는 리모델링을 추진해 벙커의 역사성과 구조적 매력을 강화하고, 내·외국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표 문화 거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목표다.

임창수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여의도 지하벙커를 “도시와 문화적 상상력이 결합된 상징적 플랫폼”이라고 표현하며, 저이용 공공공간을 민간 콘텐츠와 결합해 시민에게 돌려주는 새로운 도시문화 모델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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