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 위 파도 소리마저 초대받는 마을이 있다. 주민들이 손잡고 ‘가고 싶은 바다마을’을 직접 빚어낸 경남 거제 산달도가 올해 어촌체험휴양마을 평가에서 전 부문 1등급을 받아 ‘전 부문 일등어촌’으로 선정됐다. 주민 출자와 마을공동체가 만든 숙박·체험·먹거리의 결이 단번에 판정에 드러난 결과다.

산달도는 마을 주민의 약 80%가 출자한 ‘가고파라산달도 영어조합’을 축으로 폐교를 숙박·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선상낚시·홍굴따기 같은 지역 특색 체험을 직접 운영하며 ‘머물고 체험하고 먹는’ 패키지를 완성했다. 특히 계절마다 바다에서 잡힌 신선한 수산물로 구성한 ‘1박 3식 어촌 밥상’은 체류형 관광의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자원으로 평가받았다. 주민이 주체가 된 운영 모델은 단순 관광 유치가 아니라 지역 소득의 선순환을 만들고, 방문객에게는 ‘현지성’을 전면에 내세운 경험을 제공한다.

 

산달도마을 전경
산달도마을 전경

 

이번 등급결정에서는 또 다른 분야별 일등어촌들도 눈에 띈다. 체험 부문 1위는 인천 중구 마시안마을이다. 이 마을은 외국인을 위한 3개 국어 무인단말기를 도입해 예약·체험 안내·결제까지 디지털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천 중구 마시안마을
인천 중구 마시안마을

 

숙박 부문 1위는 전북 군산 신시도마을로, 화려한 시설보다 철저한 침구 관리와 주민 운영의 세심함이 방문객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전북 군산 신시도마을
전북 군산 신시도마을

 

음식 부문 1위는 경기 화성 전곡리마을로, 체험객이 직접 잡은 수산물을 즉석에서 조리·시식하는 프로그램이 강점으로 꼽혔다. 어촌 본연의 신선도와 체험의 현장성이 결합된 사례다.

 

경기 화성 전곡리마을
경기 화성 전곡리마을

 

이 밖에도 서비스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쓴 8개 마을이 우수사례로 선정됐고, 어촌 발전을 이끌어온 우수 사무장 3명과 바다해설사 2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현장의 변화와 시스템 관리의 중요함이 한 번 더 확인된 셈이다.

이번 선정은 어촌관광의 질적 전환을 예고한다. 과거의 어촌 체험은 ‘짧은 체류, 단발성 소득’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산달도 사례처럼 숙박과 식사를 포함한 1박형 프로그램은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소비를 확장한다. 주민 출자 방식은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관광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지역에 남기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민 참여와 자본 조달, 운영 전문성 확보가 병행되지 않으면 초기의 열기가 장기적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 과제다.

관광 측면 외에도 안전·위생 관리는 재방문율과 직결된다. 해양수산부의 종합평가가 이들 항목을 중시한 이유다. 바다 체험은 기상·해상 조건에 따라 위험이 따르므로 전문 안전장비와 교육받은 운영인력 확보는 필수다. 또한 음식·숙박 위생 기준을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단기간의 성장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산달도는 마을 인프라 정비와 운영 매뉴얼화, 주민 대상 안전·서비스 교육을 통해 그 균형을 잡아온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파급도 눈에 띈다. 체류형 관광은 숙박비·식비·체험비 등 직접 소비뿐 아니라 지역 내 운송·어업·가공·판매 등 연계 산업에 일자리를 창출한다. 특히 전 연령대의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 개발은 비수기 안정적 수입 확보에 도움이 된다. 산달도가 ‘1박 3식’ 같은 식음료 중심 상품을 강화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산달도 ‘1박 3식’
산달도 ‘1박 3식’

 

그렇다고 해서 모든 어촌이 동일한 모델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 마을의 자원(해양생태, 어업방식, 문화유산)과 인적 자본을 정밀히 진단해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예컨대 외국인 친화 서비스가 핵심 경쟁력인 마을, 가족형 체험과 숙박이 강점인 마을, 교육·생태 체험을 주력으로 하는 마을 등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맞춤형 전환을 지원하고, 주민 역량 강화 교육, 마케팅 지원, 안전 인프라 투자에서 결정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행정 차원에서는 선정된 마을들을 연계해 ‘지역 브랜드’로 키우는 전략도 필요하다. 예컨대 거제·통영권의 해양 관광 루트를 만들어 산달도를 허브로 삼고, 인근 도서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면 관광객 체류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예약·체험·후기 시스템을 통합하면 운영 효율성과 소비자 접근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11월 25~26일 경주에서 열리는 ‘제18회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산달도와 분야별·우수 사례들을 공식 발표하고 상장과 상금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번 선정은 단순한 포상에 그치지 않고 우수 사례를 전국에 전파해 어촌관광의 표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더 많은 국민이 바다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지역 주민이 그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제 남은 일은 산달도의 성공을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어촌의 개성과 역량에 맞춘 맞춤형 업그레이드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주민 주도성, 질 높은 체험 상품, 안전·위생의 철저한 관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결합될 때 어촌은 더 많은 사람에게 ‘가고 싶은 바다마을’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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