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데이터 전장이 열린다. 한미가 사이버전의 실전 대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메릴랜드의 FANX(미국 국가 사이버훈련장)에 집결한다. 대한민국 사이버작전사령부와 미국 사이버사령부는 2025년 11월 17일부터 21일까지 제2회 양자 사이버훈련 ‘사이버동맹(Cyber Alliance)’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은 위협정보 공유 속도와 공동 대응 절차 숙달을 목표로 한 실전형 연습으로, 두 나라가 사이버 전장에서의 공조 능력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를 검증하는 무대가 된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 미국 측이 한국 훈련장을 방문해 최초 실시했던 프로그램의 두 번째 단계다. 전통적인 발표식 트레이닝이 아니라, 실시간 가상공격·모의 침투 상황을 기반으로 양국 요원들이 실제와 동일한 절차로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공격 탐지, 위협 분석, 차단·격리·복구, 상황 보고까지 작전 전 과정이 재현되며, 양국 간 의사결정 루틴의 속도 차이, 정보해석 기준, 대응 권한 전환 방식까지 세밀하게 점검한다.
한미가 이번 훈련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검증하는 요소는 ‘정보 공유의 속도와 정확성’, 그리고 ‘상호운용성 강화’다. 사이버위협은 분 단위로 상황이 바뀌기 때문에, 양국이 위협지표(IoC)를 어떤 형식으로, 어떤 단계에서 공유하고, 어느 지휘선에서 공동 대응 결정을 내릴지 명확히 표준화해야 한다. 이번 훈련에서는 자동화된 위협정보 전파 시스템, 공통 상황판(대시보드), 권한 이양 절차 등이 실전 환경에서 시험된다. 훈련용 레드팀은 탐지 회피·지속적 침투·내부 변조 등 고도화된 공격을 수행하며 방어팀(블루팀)의 대응 능력을 압박한다.

조원희 한국 사이버작전사령관은 “이번 훈련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미국 사이버사령부와 공조 체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기회”라며 “미래 전장의 중심이 되는 사이버전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발언 자체가 이번 훈련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적 한미 사이버전력 발전의 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훈련의 구조적 의미도 분명하다. 첫째, 정례화된 한미 연합 사이버훈련은 사이버 억지력 강화에 직접 기여한다. 평시 정보 공유 루틴과 대응 절차가 이미 자리 잡혀 있어야 유사시 즉각적인 방어·공세 판단이 가능하다. 둘째, 기술적 상호운용성 향상은 법·정책 프레임워크 조율을 요구한다. 민간 인프라와 연결된 사이버 영역 특성상 개인정보 규정, 탐지·차단 권한, 민군 협력 부분이 제도적 논의와 병행돼야 한다. 셋째, 다국적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 훈련을 기반으로 한미는 앞으로 다국적 훈련 공동 참가, 전문인력 교류, 공동기술 연구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기술적으로는 가상화된 멀티도메인 네트워크에서 ‘정교한 지능형 공격’에 맞선 탐지 기술, 실시간 분석 알고리즘, 자동화 대응 체계 등이 검증된다. 이는 국가 기반시설 보호뿐 아니라, 국방·정보·외교 등 전 분야의 사이버주권 확보와 직접 연결된다. 훈련을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와 대응 패턴은 이후 양국의 사이버전 교범·전술 발전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한미는 이번 훈련을 시작으로 사이버동맹 프로그램을 더 넓은 범위에서 강화한다. 양국은 앞으로도 위협정보 공유 시스템 고도화, 다국적 훈련 공동 참가, 사이버 전문인력 순환 배치, 공동 기술 연구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해 국방 사이버 역량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훈련은 그 방향성을 공식화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