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주에서 더는 ‘시험 보는 외국인’이 아니다. 한국 운전면허를 가진 캔자스주 거주자는 2025년 11월 18일부터 별도 필기·실기시험 없이 캔자스주 운전면허로 바로 교환받을 수 있다. 한-캔자스주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이 체결되면서 재외국민의 이동권과 실무상의 편의가 한층 넓어졌다.
2025년 11월 11일(한국시각) 경찰청은 미국 캔자스주와 ‘한-캔자스주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을 공식 체결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2023년부터 외교부(주 시카고 대한민국 총영사관)와 함께 캔자스주 측에 지속적으로 제안·협의해온 결과다. 이 약정으로 캔자스주는 미국 내에서 우리나라와 운전면허 상호인정 약정을 맺은 29번째 주가 됐다. 약정은 체결일로부터 7일 뒤인 2025년 11월 18일부터 발효된다.
약정의 핵심 내용은 단순명료하다. 대한민국에서 발급받은 유효한 운전면허증(제1종 대형·특수·보통, 제2종 보통)을 소지하고 캔자스주에 합법적 체류 자격과 거주지를 둔 사람은 별도 운전면허 시험 없이 캔자스주 운전면허증(Class C standard)으로 교환 발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캔자스주 운전면허(Class C standard)를 소지한 사람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외국인 등록을 마치고 합법적 체류 상태일 경우, 필기·기능시험 없이 적성검사만으로 우리나라 제2종 보통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참고: Class C standard는 우리나라의 제2종 보통면허와 유사한 등급이다.)
이번 약정은 단순한 행정 협약을 넘어 실무적·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해외 사업장과 주재원의 이동, 기업 출장과 기술이전 인력의 현지 운용, 교민 가족의 일상생활 편의 등에서 ‘시험과 재응시’로 소요되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준다. 경찰청장 직무대행 유재성은 “이번 약정 체결을 계기로 미국 캔자스주에 진출한 우리 기업 관계자들의 편익 증대 및 양국 간 우호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협의 초기부터 참여해 온 주(州) 측과 우리 외교·사법 당국의 협업은, 재외국민 정책의 현실적 수요를 반영한 성과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실무 적용 시점과 대상, 절차는 명확하다. 약정 발효일부터 대상자는 한국에서 발급된 유효 면허증 원본을 지참하고 캔자스주 차량국(DMV) 또는 지정 기관을 방문해 교환 신청하면 된다. 교환 대상 면허 종류는 문서로 규정된 바와 같이 제1종(대형·특수·보통) 및 제2종(보통)으로 한정된다. 캔자스주에서 발급받는 면허는 Class C standard로 표기되며, 해외 거주자가 미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된 등급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캔자스주 면허를 한국 면허로 바꾸려면 외국인등록·합법 체류 증명과 캔자스주 면허 원본을 제출하고 적성검사를 통과하면 된다.
이번 합의의 의의는 몇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재외국민의 ‘일상적 권리’ 보장이다. 해외에서의 운전권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생업의 필수 요소인 경우가 많다. 둘째, 기업 활동의 유연성 제고다. 해외 파견 인력과 현지 채용 인력이 신속히 업무에 투입될 수 있어 기업 운영비용과 행정 부담이 경감된다. 셋째, 외교·주정부 협력의 확대 신호다. 경찰청 및 외교부의 장기 협의가 주정부 차원의 실무 약정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로, 향후 다른 주와의 추가 협력 가능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현장에서 주의할 점도 있다. 약정은 ‘면허 교환’의 문호를 여는 것이지, 면허 취득 요건 전부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약정이 규정한 유효 면허 보유, 합법적 체류, 캔자스주 거주 요건 등 기본 요건은 반드시 충족해야 하며, 구체적 서류 제출·수수료·적성검사 방식 등은 캔자스주 측 행정규정에 따라 세부 적용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교환을 계획하는 거주자는 약정 발효 후 가까운 DMV나 한인 영사관, 또는 관련 기관을 통해 최신 절차와 제출서류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약정은 ‘행정의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양국 간 사람·기술·비즈니스 교류를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조치다. 시험 없이 면허를 교환할 수 있는 편의는 현지 생활 적응을 빠르게 하고, 기업의 현지 운영 리스크를 줄인다. 한편, 우리 국민이 캔자스주에서 적법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소소하지만 체감되는 외교의 성과로 남을 것이다. 행정 협의가 시작된 2023년 이래 노력의 결실이자, 앞으로 더 많은 주와의 상호인정 확대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선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