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고용지표가 말해주지 않는 진짜 풍경은 ‘숫자 뒤의 세대 간 간극’이다.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19만3천명 늘고, 15~64세 고용률이 OECD 기준으로 70.1%에 이르렀다는 표면적 ‘회복’만으로는 노동시장의 균열을 가리지 못한다. 같은 달 청년층(15~29세)은 취업자가 16만3천명 줄고 고용률이 1.0%p 하락해, 표면적 지표와는 반대로 젊은층의 일자리 진입은 더 좁아졌다.

10월 통계의 핵심은 ‘동반되는 양상’이다. 서비스업 중심의 고용 확장(보건·사회복지서비스 28만명 증가, 예술·스포츠·여가관련 7만명 증가, 도매·소매 4만6천명 증가)이 전체 취업자를 끌어올렸지만 농림어업(-12만4천명), 건설업(-12만3천명), 제조업(-5만1천명)의 동반 감소는 고임금·전통 산업 기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상용근로자와 임시근로자는 각각 28만6천명, 7만9천명 증가했지만 일용근로자는 5만5천명 감소했다. ‘안정적 고용’로 보이는 증가 속에 어떤 직무·업종·연령에게 혜택이 갔는지, 누가 소외되었는지는 달라진다.

청년층의 고용 침체는 단순 통계적 변동이 아니다. 15~29세 고용률 44.6%와 취업자 16만3천명 감소는 청년이 전통적으로 진입하던 제조·건설·농업 등 업종에서의 기회가 줄어든 현실을 반영한다. 동시에 서비스업 확대가 청년층 일자리로 즉각 연결되지 않는 현실도 드러난다. 서비스업 내 직무 구조는 돌봄·복지·여가 등으로 쏠리는 반면, 이들 직무가 청년에게 요구하는 경험·자격·비정형적 근로조건은 다른 진입장벽을 만든다. 구직단념자 수가 36만6천명으로 전년대비 2만1천명 증가한 사실은 단순 실업률 하락(2.2%, -0.1%p)이 체감 경기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경고다.

 

 

산업별 세부 양상은 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의 28만명 증가는 고령화·복지 수요 증가의 직접적 반영으로, 노동수요의 양적 확대가 일어난 분야다. 그러나 이 업종의 일자리는 직무별·임금별로 편차가 크고, 필수·장기적 돌봄 노동의 노동조건·처우 문제가 병존한다. 반대로 농림어업과 건설·제조업의 대규모 감원은 지역 경제와 중간소득층 노동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건설업의 감소는 단기 일자리 감소를 넘어 하도급·현장 중심의 생태계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

종사상 지위 변화를 보면 노동시장 내에서 ‘계층 재편’이 진행 중이다. 상용근로자 비중이 늘고, 일용·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는 줄어드는 흐름은 고용의 안정성은 일부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자영업·일용직·가족노동 등에 의존하던 취업자층의 소득 안전망 약화를 의미한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11만7천명 감소는 소규모 자영업의 구조적 위축과 소비패턴 변화(온라인 유통·대형 유통 확산 등)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대별로 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7만6천명 증가한 반면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5시간으로 전년보다 0.4시간 줄었다. 이는 노동의 ‘비정규·단시간화’가 동반되는 가운데 가시적 취업자 수가 증가해도 노동 소득 총액 및 가구 소득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시간·소득·안정성 측면에서 ‘양적 고용’과 ‘질적 고용’은 분리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실업률(2.2%) 하락과 실업자 수(65만8천명 감소)는 표면적 개선을 보여주지만, 연령·교육별·취업경험별로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20대와 50대에서 실업자가 감소했으나 중졸 이하 실업자는 소폭 증가했다.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3만8천명으로 전년대비 증가한 반면, 취업 유경험 실업자는 감소했다. 이는 노동시장 입문장벽이 높아지는 동시에, 경험자 중심의 고용이 확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결국 ‘새로이 진입하려는 계층’과 ‘경력 전환 계층’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는 1,612만1천명으로 전년대비 3만8천명 증가했다. 이 중 ‘쉬었음’ 인구는 13만5천명 증가해 노동시장 참여가 일시적으로 중단된 사람이 늘어났다. 육아·연로로 인한 비경제활동 감소가 있는 반면 ‘쉬었음’의 증가는 노동시장 복귀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재교육·돌봄·보건 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잠재 노동력의 장기 비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적 함의는 명확하다. 첫째, 단순한 고용률 상승을 축하하기보다 연령·업종·종사형태별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초점을 재배치해야 한다. 둘째, 청년층의 구조적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경력·학력 중심의 채용 관행 개선, 인턴·현장학습의 질 관리, 청년 맞춤형 직무훈련과 고용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서비스업으로의 고용 전환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해당 업종의 임금·근로조건 개선 및 직무 전문성 강화를 통한 ‘질적 고용’ 강화가 요구된다. 넷째, 일용·자영업자·무급가족종사자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소득 안전망·재취업 프로그램·재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결국 이번 10월 고용동향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전체 수치의 개선이라는 상징적 성취이고, 다른 하나는 세대·업종·형태별로 갈린 희비다. 정책과 기업, 사회가 이 둘을 동시에 읽지 못하면 ‘고용 회복’은 통계상의 신기루로 끝날 위험이 크다. 고용지표를 세밀하게 해부해 ‘어느 일자리’가 늘었고 ‘누가’ 배제되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지금 당장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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