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줌의 불씨가, 산을 태운다.”
가을 들녘에서 익숙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추수를 끝낸 농민들이 영농폐비닐과 고추대, 깻대 등 농사 부산물을 태우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 작은 불이 순식간에 인근 산으로 옮겨붙으며 수천 헥타르의 숲을 태우는 산불로 번진다.

산림청 양산국유림관리소가 ‘이젠, 태우지 마세요’라는 경고와 함께 행동에 나섰다.
오는 11월 10일부터 12월 26일까지, ‘영농폐기물 일괄처리 사업’을 실시해 폐비닐·영농부산물 파쇄·수거·운반·처리를 모두 무료로 지원한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수거가 아니라, 산불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턴키(일괄) 방식의 집중 관리다.

양산국유림관리소는 특히 산림인접 100m 이내 농경지를 중심으로, 폐비닐을 직접 운반하기 어려운 고령자·농촌 노약자를 대상으로 지원을 집중한다.

 

 

올해 봄철 산불 통계는 그 심각성을 말해준다. 2025년 봄철 산불은 총 375건(5,715ha) 발생했고, 이 중 농산물 소각에 의한 산불이 71건(183ha) 으로 **전체의 19%**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건수는 줄었지만 피해 면적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쓰레기 소각으로만 34ha가 불탔고, 용접 불티 등 기계 불씨로는 4,514ha가 잿더미가 됐다.

“결국 불씨를 없애는 게 답이다.” 양산국유림관리소는 올해 처음으로 ‘영농부산물 수거·파쇄 구성반’을 편성했다. 젊은 인력이 부족한 농촌 현실을 감안해 수거 인력 지원과 일손 돕기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파쇄된 부산물은 퇴비로 재활용돼 농지에 다시 돌아간다. 불씨로 사라질 뻔한 부산물이 순환의 자원으로 되살아나는 셈이다.

신청은 간단하다. 읍·면사무소를 통해 직접 신청하거나 양산국유림관리소 보호팀(055-370-2727) 로 문의하면 된다.

관계자는 “불법 소각의 습관을 끊는 건 행정의 노력만으론 어렵다”며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영농폐기물은 더 이상 ‘버릴 쓰레기’가 아니다. 그건 태우면 재가 되고, 모으면 자원이 되는 순환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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