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바다와 신안의 섬이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1월 4일 열린 제59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에서 ‘울산 해양산악레저 특구’와 ‘전남 신안 1004섬 문화예술산업 특구’를 신규 지정하면서다. 산업과 예술, 산과 바다가 나란히 날개를 단 셈이다.
지역특화발전특구 제도는 지자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129개의 법률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04년 첫 도입 이후 지금까지 전국 172곳이 운영 중이지만, 이번 두 곳은 단순한 지정이 아니다. 산업 중심 도시와 섬 지역의 한계를 동시에 넘어서는 전략적 특구로 주목받고 있다.
먼저 울산은 제조도시의 이미지를 넘어 ‘체류형 복합레저도시’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동구와 울주군 일대를 중심으로 일산해수욕장, 간절곶, 영남알프스 등 바다와 산을 잇는 관광 벨트를 구축한다. 해상과 산악을 잇는 케이블카, 산악치유 프로그램, 로컬 힐링 관광상품 등이 핵심이다. 여기에 반구천 암각화의 유네스코 등재, 정부의 ‘해양레저관광거점’ 선정이 맞물리며 세계적 브랜드 가능성까지 열렸다. 울산의 새로운 성장 축이 ‘제조에서 체험’으로 옮겨가는 신호탄이다.
반면 신안은 1,028개의 섬이 곧 예술의 무대가 된다. 군 전체를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만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1004섬 문화예술산업 특구’는 이미 섬마다 조성된 ‘1섬 1뮤지엄’ 정책과 결합해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신안군은 세계적 예술가와 협업해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고, 지역 수산물과 예술을 융합한 콘텐츠 산업을 동시에 추진한다. 관광객이 단순히 ‘보는 섬’을 넘어 ‘머무는 예술섬’을 경험하게 되는 구조다. 이는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다도해의 현실적 대안이기도 하다.

이번 특구 지정으로 두 지역은 단순 관광지를 넘어 ‘산업형 문화도시’로 재정의된다. 울산은 산과 바다, 제조와 관광의 경계를 허물며 체류형 레저산업으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안은 섬의 자원을 문화·예술 산업으로 변환해 지역경제의 기반을 새로 쌓는다. 공통점은 ‘로컬 자산의 산업화’, 그리고 ‘규제완화와 창의성의 결합’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신규 특구 지정 외에도 기존 특구 3곳의 계획 변경, 지정 목적을 달성한 3곳의 지정 해제 등이 함께 심의됐다. 동시에 전국 특구의 전년도 성과평가 결과도 발표됐다. 공주 알밤특구가 대통령상, 충주 중원역사문화레포츠특구와 성주 참외산업특구가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이들을 포함한 9개 특구가 ‘탁월 특구’로 선정됐다. 오는 11월 6일 ‘특구혁신주간’ 행사에서 시상식이 열린다.
특구 지정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다. 지역의 구조를 바꾸고, 인구의 흐름을 바꾸며, 산업의 축을 재편하는 국가 전략이자 지방의 실험이다. 울산의 케이블카가 산업도시의 하늘을 열고, 신안의 폐교가 세계 예술가의 손끝에서 부활할 때, 특구는 제도가 아니라 이야기로 완성된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회의에서 “오늘 신규 지정된 특구들은 지역이 보유한 해양·산악, 다도해 자산을 관광과 문화, 산업으로 융합한 혁신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두 지역은 ‘관광과 산업의 결합’이라는 공통된 전략 아래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한쪽은 하늘과 바다를 잇는 케이블을, 다른 한쪽은 섬과 섬을 잇는 예술의 다리를 놓고 있다.
울산의 파도와 신안의 섬,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규제특례의 날개가 대한민국 지역경제의 새로운 좌표를 그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