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드론의 8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통계가 드러나자, 정부가 농업용 드론 국산화에 전면적으로 나선다. 가격 경쟁력에 밀려 외산 의존도가 높아진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늘리고 국산 드론의 수요 기반도 직접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5년간 정부 융자지원을 통해 보급된 농업용 드론의 83%가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동일 기간 융자금만 177억 원에 달했다. 저가형 모델 중심의 중국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반면, 국내 기술력은 방제·정밀비행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되어 있어 구조적 종속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용 드론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농작물 예찰용 드론, 방제용 드론, 정밀농업 자율비행 플랫폼, 다중센서 국산화 등 기초 기술개발에 약 50억 원을 투입해 왔으나, 앞으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05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

이 예산은 단순 기술 모방이 아닌 ‘한국형 농업 드론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다. 노지작물의 생육을 실시간 예측하는 분석 드론, 다수 기체가 동시에 방제작업을 수행하는 군집 드론, 씨앗을 자동으로 파종하는 정밀 파종 드론, 과수 수확용 자동비행 드론 등 실제 농작업 전 과정을 지원하는 기술이 개발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연구개발과 함께 국산 제품이 시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수요 확대 정책도 병행한다. 각 시·군 농기계임대사업소에 국산 드론을 우선 배치하고, 지방 농가 대상 실증사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해 현장 적응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연구실 기술’이 아닌 ‘현장 기술’로 자리 잡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농업용 드론 시장은 가격과 유지비에서 중국산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배터리, 제어모듈, 영상센서 등 핵심 부품의 공급망이 해외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산화가 단순한 기체 제작 수준에 머무르면 실질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국산 센서·제어모듈 개발과 부품 표준화 연구도 병행해 국내 기술 자립도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가 단기적 수입대체를 넘어, 국내 농업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드론은 단순 방제 도구가 아니라 정밀농업, 스마트팜, AI 기반 생육 관리 등 미래 농업의 핵심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현장의 노동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드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방제뿐 아니라 파종, 예찰, 수확, 물류 등 농작업 전 과정의 자동화를 주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번 국산화 투자는 단순히 외산 의존도를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국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산업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