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체매립지 찾기가 네 번째 공모에서 드디어 응답을 얻었다. 지난 10월 10일 오후 6시, 4차 공모 마감 결과 민간 2곳이 응모서를 제출하면서,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이어오던 수도권 폐기물 처리 문제에 새 국면이 열렸다. ‘응모 제로’로 끝났던 세 번의 실패 끝에 나온 첫 성과지만, 아직은 출발선일 뿐이다. 진짜 관문은 지역 동의와 협의 과정에서 결정된다.
이번 공모는 5월 13일부터 10월 10일까지 진행됐다. 그간 매립지 확보의 난항을 반영하듯, 응모 자격과 면적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최소 부지 면적은 기존 90만㎡에서 50만㎡로 낮아졌고, 면적 대신 매립 용량(615만㎥ 이상)을 기준으로도 응모할 수 있게 문을 열었다. 또한 매립시설 주변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지역 숙원사업 반영 등 인센티브 조건도 구체화되면서 민간 참여를 유도했다. 이런 완화 조치가 민간 응모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응모 부지에 대해서는 수도권 3개 시도와 정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가 공모조건 적합성부터 면밀히 검토한다. 검토 항목에는 매립시설의 규모·용량·부지 여건 등 기술적 사항은 물론, 향후 관할 지자체의 입지 동의를 얻기 위한 협의조건까지 포함된다. 이 협의조건에는 매립 및 부대시설의 종류, 특별지원금 규모, 지역 숙원사업 반영, 건의과제 처리 등 복합적 요소가 들어간다.

적합성 검토를 통과한 후보지는 관할 지자체와의 협의 단계로 넘어간다. 관할 지역의 동의가 확보돼야만 최종 후보지로 확정되며, 이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4자 협의체가 공식 후보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단계가 가장 난해하다. 주민 반발, 정치적 부담, 지방정부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협의가 지연되거나 무산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앞선 세 차례 공모에서도 응모 부지가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기술적 제약보다 ‘수용성 부재’ 때문이었다.
기존 수도권매립지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제1·2매립장은 종료됐고, 제3매립장 역시 가동 수명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신규 매립지 확보가 지연될 경우, 수도권의 생활폐기물 처리 시스템이 심각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쓰레기 직매립 금지, 자원순환 정책 강화, 처리시설의 분산 배치 등 다양한 대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정 규모의 매립시설은 여전히 필요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체매립지 조성에는 평균 5~10년 이상이 소요된다. 환경영향평가, 기반시설 설치, 주민 협의, 인허가 절차가 연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모의 성패는 단순한 응모 수보다 ‘협의의 속도’와 ‘수용성의 확보’에 달려 있다. 정부와 수도권 3개 시도는 응모 부지의 적합성을 빠르게 검토하고,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 실질적인 지원 조건을 제시하며 동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매립지 유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환경적 리스크와 사회적 불신이 깊게 깔린 영역이다. 매립지 조성은 침출수·가스·악취 등 지역 환경문제와 직결되며,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주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주민 참여를 보장하고, 침출수 처리·차수막 등 기술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며, 운영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단기적 지원금이 아니라 장기적 지역발전 구조를 함께 제시해야 진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향후 일정은 적합성 검토 결과 발표 → 관할 지자체와의 협의 → 최종 후보지 확정 및 공개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협의체는 올해 안에 1차 검토를 마무리하고, 지자체 협의 일정은 단계적으로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4차 공모는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첫 응모가 나온 지금, 수도권 쓰레기 정책의 방향은 ‘누가 맡을 것인가’에서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로 바뀌었다.
결국 수도권의 미래는 환경기술의 진보와 사회적 합의의 속도 위에 달려 있다. 응모가 있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번 응모가 수도권 폐기물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그 답은 협상 테이블 위에서 판가름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