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8년 왕실의 잔치가 원래 펼쳐졌던 공간에서 되살아난다. 오는 9월 23일과 24일 창덕궁 후원 연경당에서 조선 순조 무자년(1828년) 연경당 진작례를 의궤 기록을 토대로 완전 복원해 재현한다. 약 197년 전 열렸던 궁중 연향이 원형 장소에서 관객 앞에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궁중의례와 전통무용이 결합된 ‘살아있는 역사’로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번 복원 공연은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창덕궁관리소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가 공동 주최·주관하며, 공연의 기초 자료는 『순조무자진작의궤(純祖戊子進爵儀軌)』에 담긴 당시의 절차와 상차림, 의례 동선이다. 진작례(進爵禮)는 왕실의 특별한 날 신하들이 임금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고 예를 표하던 의식으로, 이번 복원은 의궤에 남긴 상차림 목록과 의례 순서, 의상·무용의 세부 묘사를 고증해 무대화한 것이다.
공연은 연경당이라는 공간적 맥락에서 재현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경당은 당시 진작례가 실제로 거행된 장소로, 건축물과 후원의 공간성이 의례 전체의 분위기와 동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관객은 단순히 무대 위 ‘복원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의례가 벌어진 원형 공간을 직접 체감함으로써 조선 궁중문화의 시간성과 장소성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또한 이번 복원 작업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과,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수행되는 문화재 기반의 공연·학술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예술적 측면에서는 역사기록의 텍스트를 무용과 의례로 번안하는 학술적·창작적 과정이 핵심이었다. 세계민족무용연구소는 의궤에 남긴 무용의 동작·대목(段目)과 의례 참여자의 배치, 상차림 구성 등을 세밀히 분석해 복원안과 시연을 반복했다. 복원 과정에서는 의상 재현, 음향(궁중음악의 리듬과 호흡), 의례 동선의 실제 동선 적용 등 다층적 요소가 결합되어야 했으며, 이 모든 요소는 기록의 문맥과 공간의 제약을 고려해 재배치·재현되었다. 결과물은 단순한 과거 재연을 넘어, 역사적 텍스트를 현재의 감각으로 번안하는 ‘복원의 예술성’으로 평가된다.

역사적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진작례는 1828년 음력 6월, 효명세자가 모친 순원왕후의 40세 탄신을 기념해 연경당에서 진행한 연향을 바탕으로 한다. 왕실의 생일과 같은 기념일은 혈연과 의례, 정치적 위상을 동시에 드러내는 장(場)이었고, 특히 상차림과 의례의 예법은 왕실 권위의 시각적·음향적 표현 수단이었다. 이런 점에서 의궤를 통한 복원은 단순한 이미지 재현을 넘어 당시의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되읽는 작업이기도 하다.
관람 정보는 실무적으로도 간단명료하다. 공연은 9월 23일(화)과 9월 24일(수) 두 차례 모두 오전 11시 시작이며, 창덕궁 후원 관람객이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후원 입장료 별도). 자세한 정보는 창덕궁관리소 누리집(royal.khs.go.kr/cdg)과 전화 안내(창덕궁관리소 ☎02-3668-2300, 세계민족무용연구소 ☎02-746-9344)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창덕궁관리소는 이번 복원 공연이 국민에게 궁중연향을 보다 친숙하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궁궐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객이 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험은 다음과 같다. 연경당의 건축적 맥락을 배경으로 한 의례 재현, 복원된 궁중무용의 실제 동작과 전개, 의궤를 참고해 재현한 상차림의 시각적 장면, 그리고 의례를 안내하는 해설을 통한 역사 이해가 결합된다. 특히 연경당의 후원이라는 ‘현장성’은 관람객이 단순 관찰을 넘어 ‘역사 속 행위’의 현장에 서는 듯한 인상을 제공한다. 사진과 함께 기사로 소개할 경우, 연경당의 전경, 상차림 세부, 무용수의 의상과 제스처를 담은 이미지가 현장감을 전달하는 핵심 자료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