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난 극복의 의지가 담긴 고려시대 불화와 조각, 문집, 그리고 근대 과학기구가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고려 오백나한도」와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를 각각 보물로 지정 예고하며, 30일간의 예고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는 단순한 문화재 보호를 넘어,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를 재조명하고 제도적 정착을 통해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의 일환이다.

13세기 몽고의 고려 침입 시기, 국난 극복을 기원하며 제작된 「고려 오백나한도」는 오백나한도 500폭 중 한 폭으로, 2016년 보물로 지정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오백나한도와 동일 시기에 조성됐다. 지정 예고 대상은 제329원상주존자를 담은 그림으로, 존자는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화면 상단 왼쪽의 용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존자의 표정과 자세에서 드러나는 강인함과 역동성, 필선의 능숙한 구사와 자유로운 농담 표현은 고려 불화의 뛰어난 화격을 잘 보여준다. 화면 상단 좌우의 화제와 하단 중앙의 화기를 통해 존명과 제작 연대(1235년), 발원자와 시주자 정보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고려시대 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예술적 품격과 종교적 신비감을 동시에 갖춘 이 작품은 남아 있는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극히 희소한 사례다. 기사용 사진으로는 존자가 바위를 바라보는 장면을 중심으로 화면 구도를 보여주면 관람자의 시선이 집중된다.

 

「고려 오백나한도」 앞면 / 국가유산청 제공
「고려 오백나한도」 앞면 / 국가유산청 제공

 

16세기 중엽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성 발원문이 남아 있지 않지만 얼굴과 신체 비례, 선묘 표현에서 조선 전기 소조불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나무로 윤곽을 만든 후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하는 특수 제작 방식과 장대한 상체, 풍부한 양감, 높은 육계는 조선 전기 불교조각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다. 소조불의 구조적 특징과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사진과 측면 구조를 보여주는 사진을 함께 활용하면 작품의 희소성과 제작법을 시각적으로 강조할 수 있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 국가유산청 제공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 국가유산청 제공

 

「유항선생시집」은 고려 말 문신이자 문장가인 한수의 시집으로, 권근의 서문,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 등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초간 목판본으로서 1400년 전라도 금산에서 간행되었고, 현재 국내외에 남아 있는 동일 판본은 3권뿐이며,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 시집은 판식, 계선, 흑구, 어미 등에서 14~15세기 개인 문집 간행 과도기적 상황을 보여주며, 고려시대 문인의 사상과 학문, 인품까지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기사에서는 시집의 판본과 글씨, 서문과 묘지명을 클로즈업한 사진을 배치하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근대 과학기술을 보여주는 「휴대용 앙부일구」는 표면을 반구형으로 깎고 중심에 영침을 세워 나침반과 결합, 정확한 방향과 시간을 측정하도록 제작됐다. 백동으로 만든 영침을 은도금했으며, 밑면에는 제작연대(융희 2년, 1908년)와 제작자(강문수)가 새겨져 있다. 장영실, 이천, 이순지 등이 제작한 종묘 설치 앙부일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휴대용 해시계로, 근대 과학사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사진에서는 해시계의 반구형 구조와 영침, 나침반을 함께 보여주는 구도를 활용하면 기능적 특징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보물 지정 예고는 단순한 미술사적·문학사적·과학사적 가치를 넘어, 국난 극복과 기술 발전, 학문적 전승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들을 선별해 보호하고 국민에게 교육적·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지정이 완료되면 각 분야 연구자와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역사적 배경과 제작 기법, 자료적 가치를 담은 사진과 자료를 활용한 전시와 교육 콘텐츠 개발도 추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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