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책장을 넘어 무대와 거리, 사람들의 삶 속으로 확장된다. 오는 9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학로와 전국 곳곳에서 첫선을 보이는 ‘대한민국 문학축제’는 단순한 독서 행사가 아닌, 대담과 공연, 체험이 결합된 입체적 문학 향연으로 마련된다. 이번 축제는 ‘서울국제작가축제’와 ‘문학주간’, 국립한국문학관 특별전, 문학나눔 사업 등을 아우르는 통합 행사로서, 한국 문학을 세계 속에 더욱 강하게 각인시키려는 의지를 담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촉매제가 됐다. 한국문학에 대한 세계적 주목이 높아진 지금, 정부와 문학계는 문학의 사회적 의미를 확산하고 국제 교류를 심화하기 위해 이번 축제를 기획했다. 기존의 분절된 행사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독자가 문학을 더욱 직관적이고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개막 무대는 9월 12일 인사동 그라운드서울에서 펼쳐진다.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깊이 있게 다룬 현기영과, 중국을 대표하는 사회비판적 작가 옌롄커의 대담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은, 한중 양국 문학의 무게감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는다. 옌롄커는 루쉰문학상과 카프카상을 수상하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로,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 독자와 직접 만난다.

이후 일정은 더욱 다채롭다. 프랑스의 빅토리아 마스, 미국의 세라 핀스커, 스웨덴의 요나스 하센 케미리, 일본의 후즈키 유미 등 해외 작가 10명이 참여해 국내 작가들과 짝을 이루어 대담을 나눈다.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는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한국인 최초 안데르센상 수상자인 그림책 작가 이수지는 프랑스 작가 아드리앵 파를랑주와 어린이문학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성해나는 베스트셀러 『혼모노』로 알려진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일본 작가와 함께 청년세대의 목소리를 나눈다.
대학로 현장에서는 문학이 공연과 결합한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시인 김현이 대담을 펼치며, 김혜순 시인은 동료 시인들과 함께 신작 시집 완독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과 낭독극도 준비됐다. 백온유 소설 『유원』은 연극 무대로,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은 입체 낭독극으로 재탄생한다. 단순한 텍스트 읽기를 넘어, 목소리와 무대가 결합해 문학적 체험을 증폭시키는 것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60여 곳에서도 축제가 이어진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구운몽』 3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열고, 김유정문학촌과 신동엽문학관 등 지역 문학관들은 연극, 웹툰, 미디어아트 등 현대적 형식을 통해 고전과 지역 문학을 재해석한다. 서점과 도서관 상주작가들이 기획한 북콘서트와 문학기행은 독자와 작가가 가까이에서 호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문학은 이번 축제에서 단지 읽는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공연, 대담, 체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체득되는 경험으로 확장되며, 세대와 지역을 넘어 소통하는 장으로 발전한다. 문체부는 이번 축제를 통해 한국문학이 ‘케이-컬처’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세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