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점에서 궁궐이 다시 열린다. 서울 4대궁과 종묘가 무대를 삼아, 세대와 국적을 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궁중문화축전’이 10월 8일부터 닷새간 펼쳐진다. 올해로 11회를 맞은 이번 축전은 광복 80주년과 종묘 정전 복원 기념을 맞아 역사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한복·공예·음악·학문을 총망라한 국내 최대 국가유산 축제로 자리매김한다.
경복궁에서는 지난해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한복 연향’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참가자들은 집옥재와 향원정 일대를 거닐며 한복 체험, 궁중 정재무 공연, 판소리와 강강술래 등 무형유산 공연을 즐긴다. 올해 새롭게 추가된 ‘한복 만담’에서는 침선장·자수장·금박장 등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직접 제작 과정을 보여주며 한복의 진수를 전한다. 소상공인 협업으로 마련된 ‘한복 반짝 매장’과 ‘한복 오락실’은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동시에 담아낸다.
창경궁은 시니어 세대와 과학에 주목했다. ‘동궐 장원서’는 60세 이상 참가자가 전통 화훼문화를 체험하며 반려식물을 직접 만드는 자리다. 또 ‘창경궁 시간여행’ 공연과 야간 해설 프로그램 ‘조선의 밤, 하늘과 바람’은 조선의 일상과 천문학을 생생히 풀어낸다. 덕수궁 준명당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학교’가 열려, 궁중 예절과 공예놀이가 상황극 형식으로 펼쳐진다. 정관헌에서는 인문학 콘서트가 마련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근대가요와 한국 전통 가면극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창덕궁에서는 ‘아침 궁을 깨우다’와 ‘낙선재, 100년의 시간과 풍경’ 프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황실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전시와 공예 체험이 마련되고, 소외계층을 위한 특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종묘 영녕전에서는 한국사 강사 최태성이 종묘 복원의 의미를 풀어내는 인문학 콘서트를 진행하며, 종묘 제례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고궁음악회’가 이어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종묘 건축 탐험대’는 건축적 의미를 배우는 체험형 학습으로 구성된다.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자원활동가와 함께하는 ‘궁중놀이방’, 창경궁의 야간 미디어아트 ‘물빛연화’, 4대궁과 종묘를 잇는 스탬프 투어, 길놀이 퍼레이드가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봄에 큰 인기를 끌었던 특별 상품 ‘궁패스 노리개’도 새 디자인으로 다시 선보인다.
또한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두의 풍속도 2025’는 전통문화와 디지털을 결합한 창의적 시도다. 개인이 만든 조선시대 캐릭터를 공유할 수 있고, 전국 포토이즘 매장에서 특별 프레임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사전 예약은 9월 11일 낮 12시부터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며, 외국인은 크리에이트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이번 축전을 통해 궁궐이 과거의 박제가 아닌 살아있는 공간, 세대와 세계를 잇는 K-컬처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기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