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역 당국이 치명률이 최대 75%에 달하는 고위험 바이러스에 대해 초강수 조치를 꺼내 들었다. 질병관리청은 니파바이러스감염증을 제1급 법정감염병이자 검역감염병으로 신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새롭게 제1급 감염병에 포함되는 사례다.
니파바이러스는 1998년 말레이시아 돼지 농장에서 처음 확인된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다. 과일박쥐가 주요 숙주이며, 돼지나 오염된 식품(대추야자수액 등)을 통해 전파되거나 환자의 체액과 접촉할 경우 사람 간 전염도 가능하다. 치명률은 40~75%로 보고돼 국제 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병원체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니파바이러스를 ‘향후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우선순위 병원체’로 지정했다. 실제로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까지 산발적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24년 5명, 올해도 3명이 감염돼 모두 사망했으며, 인도에서도 올해 환자 4명 중 2명이 숨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질병관리청은 잠복기(평균 4~14일)를 거쳐 발열, 두통, 근육통 같은 초기 증상에서 신경계 이상과 의식 저하로 악화되는 점을 고려해 긴급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승관 청장은 “이번 지정은 해외 발생 감염병의 국내 유입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조치”라며 “코로나19 경험을 토대로 신종 감염병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이미 RT-PCR 기반 유전자 진단검사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했으며, 인도·방글라데시를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입국자 발열·두통 등 증상 신고를 의무화했다. 의료기관은 의심환자가 내원할 경우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격리 조치에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유입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치명률이 극도로 높은 만큼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조언했다. 질병관리청은 ▲야생동물 접촉 피하기 ▲오염된 식품·음료 섭취 금지 ▲환자와 밀접 접촉 자제 ▲손씻기 등 개인위생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