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5만 장, 숫자가 곧 국가 경쟁력이다. 정부가 ‘인공지능 고속도로’라 불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8일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국가 AI컴퓨팅 센터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사업 공모 절차를 개시했다.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국내 AI 연구개발과 산업 전반을 뒷받침할 핵심 기반시설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8년까지 GPU 1만5천 장을 확보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총 5만 장 이상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25년부터 2026년까지 2만8천 장을 조기 확보하고,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을 통해 9천 장을 추가로 마련해 총 3만7천 장 수준의 기반을 조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이번 공모에서는 기존 조건이 대폭 완화됐다. 초기에는 공공 지분이 51%로 설정돼 민간 자율성이 제한된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새 방안에서는 공공 지분을 30% 미만으로 낮추고 민간 지분을 70% 이상으로 확대했다. 또한 공공 출자금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삭제하고, 국산 AI 반도체 의무 도입 비율도 ‘2030년까지 50%’라는 강제 조건 대신 민간이 자율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는 두 차례 공모가 유찰된 원인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센터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설립되며, 2026년 상반기 공식 출범을 목표로 한다. 민간 클라우드 기업과 통신사, 데이터센터 사업자, 연구기관, 스타트업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어 AI 자원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정책적 지원도 강화한다.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포함시켜 통합투자세액공제를 기존 10%에서 최대 25%까지 확대하고, 전력계통영향평가 절차도 신속 처리해 초기 수요와 투자 환경을 안정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가 AI컴퓨팅 센터는 GPU 자원 제공을 넘어 연구·산업·서비스 전반의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 국산 AI 반도체의 단계적 도입과 실증,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해외 수요 확보까지 포괄해 국내 AI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고성능 AI 자원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에도 문을 넓혀 AI 연구 저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 공모는 9월 8일부터 10월 21일까지 진행되며, 접수는 10월 20일과 21일 이틀간 이뤄진다. 이후 기술·정책 평가와 금융 심사를 거쳐 민간 참여자를 선정하고, 2026년까지 SPC 설립을 완료해 본격적인 AI컴퓨팅 센터 운영에 돌입한다.
과기정통부는 “GPU 5만 장 확보는 단순한 수급 계획이 아니라 대한민국 인공지능 생태계의 성장을 견인할 기폭제”라며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통해 AI 모델과 서비스, AI 반도체 산업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성장 플랫폼을 구축해 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