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으로 들어가 고려의 시간을 직접 건져 올릴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린다. 수백 년 전 침몰한 고려청자 운반선과 유물들이 잠든 태안 앞바다 마도해역에서, 일반 국민이 직접 수중발굴을 체험하는 「고려난파선 수중발굴 캠프」가 오는 9월 27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다.
그동안 학자와 수중고고학자만 허락받을 수 있었던 바닷속 고고학의 현장이 드디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순간이다.

 

수중발굴 캠프 체험장의 교육 장면
수중발굴 캠프 체험장의 교육 장면

 

이번 캠프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국민 참여형 수중발굴 체험 프로그램이다. 고려·조선시대 난파선 네 척이 발견돼 ‘수중유산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태안 마도해역에서 진행되며, 체험장에는 실제 난파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고려청자 운반선 ‘온누비호’(19m × 6m)와 함께 2천여 점의 청자, 곡물, 공예품 등이 전시돼 참가자들에게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한다.

참가자는 스쿠버다이빙 경험이 10회 이상 있는 국민으로 제한된다. 신청은 9월 2일 오전 10시부터 11일 오후 6시까지 네이버 폼(https://naver.me/Fc5u8JJO)이나 홍보물의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며, 총 32명(하루 8명, 4일간)이 선발된다. 참가비는 2만 원이고, 최종 명단은 9월 13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누리집에 공개된다.

참가자들은 태안해양유물전시관을 둘러본 뒤 ‘한국의 수중보물’ 강의를 통해 수중유산에 얽힌 이야기를 접한다. 이어 수중유산조사선 ‘누리안호’에 승선해 본격적인 발굴 체험에 나선다. 수심 12m에 마련된 고려난파선 재현선 ‘온누비호’ 현장에서 직접 사진 촬영, 실측, 유물 인양 등을 진행하며, 수중고고학의 실제 조사 과정을 몸소 경험하게 된다.

또한 캠프를 수료하면 글로벌 스쿠버다이빙 교육단체가 인증하는 ‘수중고고학 잠수 스페셜티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발급 비용 별도). 단순한 레저를 넘어 수중유산 보존과 연구의 중요성을 배우고, 나아가 미래의 수중고고학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체험이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번 캠프를 통해 국민이 직접 ‘수중유산 지킴이’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수중고고학 50주년을 맞이하는 2026년부터는 캠프를 대폭 확대해 국민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고, 해양레저와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시대적 흐름 속에서 수중유산 보존과 연구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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