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조금은 완화됐다. 제5기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8월 29일 발표한 ‘2022~2024 여론집중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뉴스와 시사보도 콘텐츠에서 특정 대형 매체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2021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종이신문, TV, 라디오, 인터넷뉴스, SNS 등 5개 매체를 모두 포함해 국민들이 어떤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여론이 형성되는지를 분석했다. 단순히 누가 많이 보는지를 넘어, 상위 몇 개 매체가 전체 여론을 좌우하는 정도를 수치로 계산했다. 그 결과, 2024년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644로 2021년 747보다 낮아졌다. 상위 3개 매체의 점유율 합은 29.9%, 상위 4개는 38.3%, 상위 8개는 65.2%로 집계돼, 대형 매체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이다. 여전히 상위 8개 매체가 전체 영향력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이전보다 집중도가 줄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체군별 점유율 변화도 눈에 띈다. 종편군은 2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을 동시에 운영하며 영향력을 확대한 결과다. 지상파군은 25.0%로 비교적 안정적인 점유율을 유지했다. 전통적으로 높은 신뢰도 덕분이다. 반면 뉴스통신·보도전문채널군은 23.4%로, 2021년 28.4%보다 크게 줄었다. 포털 기반 뉴스 소비가 줄면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군은 12.3%로 여전히 낮지만, 2021년 11.5%에서 소폭 상승했다. 종이신문이 약화되는 대신, 인터넷뉴스로 영향력을 조금씩 넓힌 결과다.
이러한 흐름은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포털이 뉴스 유통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SNS,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뉴스형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특정 매체만으로 여론을 좌우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대형 매체계열이 여론 영향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집중 현상은 여전히 존재한다.
위원회는 상위 매체의 책임과 투명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신생 매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품질 향상 지원과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요구했다. 또한 뉴스 개념을 넓게 정의하고, SNS와 플랫폼을 통한 뉴스형 콘텐츠까지 여론 영향 분석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결국 이번 조사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다. 뉴스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여론 권력의 구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분산된 듯 보이는 구조 속에서도 여전히 큰 매체가 상당한 힘을 쥐고 있다. 앞으로는 그 힘을 어떻게 감시하고 균형 있게 나눌 것인지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