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집단 폐사, 이제 인공지능이 막는다.
사람 눈으로는 찾아내기 힘든 꿀벌응애를 단 30초 만에 잡아내는 스마트 장비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탄생했다.

농촌진흥청과 강원대학교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비전(BeeSion)’은 벌집판을 촬영하면 인공지능이 곧바로 꿀벌응애 존재 여부를 판별하는 실시간 검출장치다. 숙련 양봉인조차 벌통 하나를 점검하는 데 30분 이상 걸리던 작업을 단숨에 끝낼 수 있어, 반복되는 꿀벌 폐사 문제 해결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된다.

꿀벌응애는 꿀벌에 기생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바이러스를 퍼뜨려 집단 폐사를 일으키는 세계 최악의 해충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전체 꿀벌 군집의 62%가 사라지는 등 전 세계가 심각한 피해에 시달렸다. 국내 역시 응애 확산과 약제 내성 문제가 겹치며 양봉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응애는 벌집 속에 숨어 있어 눈으로는 관찰이 쉽지 않다.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는 방제 시기를 놓치기 일쑤이고, 노동집약적인 방식 탓에 고령 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져 청년 세대의 양봉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비전은 이러한 난제를 AI로 해결했다. 꿀벌응애뿐 아니라 날개 기형, 병든 애벌레, 여왕벌 상태 등 총 16가지 항목을 동시에 분석하고, 감염 수준에 따라 △방제 권고 △주의 △집중 방제 단계를 제시한다. 분석 정확도는 97.8%에 달하며 누구나 간단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벌통 150개 규모의 농장에서 활용할 경우 연간 약 860만 원의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노동력 부족과 약제 오남용 문제까지 동시에 줄일 수 있어 양봉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현장 실증에 참여한 농가들은 “응애 검출이 빠르고 정확하다”며 조속한 보급을 요청했다. 한국인공지능협회 역시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장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농촌진흥청은 장치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올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2028년부터는 전국 양봉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첫 사례로, 디지털 기반의 선제적 예찰 체계 구축과 스마트 양봉 시대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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