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전국 곳곳에서 벌집 제거 출동이 급증하고 있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여름철(7~9월) 벌집 제거 출동 건수는 무려 54%나 증가했다.

2022년 19만 3,986건이던 출동이 2024년에는 30만 4,821건에 달했으며, 연평균 증가율만 25.4%에 이른다. 벌 쏘임으로 인한 환자 이송도 같은 기간 6,953건에서 7,573건으로 7.5% 늘었는데, 이는 단순한 벌 개체 수 증가뿐 아니라 기온 상승과 도심 녹지 확산, 인간 생활권과 벌 서식지의 경계가 좁혀진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8월은 연중 벌집 제거와 벌 쏘임 사고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로, 최근 3년간의 사고 통계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도 8월 10일까지 벌 쏘임 환자 일평균 이송 건수는 54건으로, 역대 최다 피해 주간이었던 2022년 8월 넷째 주(일평균 107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심각한 점은 단순 통증이나 피부 손상을 넘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8월 10일 기준 벌 쏘임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만 8명이 발생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10명 이상이 심정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3년간 심정지 환자는 모두 50대 이상이었으나 올해는 40대 남성 사례도 보고돼 연령과 관계없이 벌침 독에 의한 중증 알레르기 위험이 존재함이 확인됐다.

 

 

벌의 종류에 따라 피해 양상도 달라진다. 꿀벌에 쏘이면 침이 피부에 박히므로 핀셋 등으로 즉시 제거하고 상처 부위를 소독·냉찜질해야 하지만, 말벌의 경우 침이 박히지 않더라도 독성이 강해 짧은 시간 내 전신 증상으로 악화될 수 있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야 한다.

벌 독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은 초기에는 국소 통증, 부기, 발적에서 시작하지만, 급격히 호흡곤란, 전신 두드러기, 혈압 저하, 의식 소실로 이어지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발전할 수 있다.

벌 활동이 왕성해지는 7~9월에는 산행, 농작업, 캠핑, 등산로 주변, 주택가 화단 등에서 벌집을 발견해도 직접 제거하지 말고 반드시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하다. 소방청은 특히 벌집 주변에서 진동·소음을 최소화하고, 향이 강한 화장품이나 진한 색상의 의류 착용을 피하며, 음료·과일·단 음식 섭취 시 주변을 살피는 등 일상 속 예방 행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재운 소방청 구조과장은 “벌 쏘임은 피부 상처로 끝나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응급 상황”이라며 “벌에 쏘인 경우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 구급대 안내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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