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산이 다시 숨을 쉰다. 2022년 대형산불로 참혹하게 무너진 경북 울진군 덕구리와 상당리 산림 47.6헥타르가 국가 품으로 돌아왔다. 산림청이 12일 이 지역을 ‘국립울진생태숲’으로 공식 지정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생태숲의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지정된 49개 생태숲이 모두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운영된 것과 달리, 이번 사례는 중앙정부가 산불 피해지 복원과 생물다양성 회복을 직접 책임진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생태숲은 단순한 보호구역이 아니다. 산림청은 훼손된 숲의 자연복원을 진행하면서 생물종 다양성을 높이고, 산림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과학적 복원 연구를 병행한다. 전체 피해지의 약 71%가 자연복원 방식으로 재생 중이며, 이 과정은 장기간의 모니터링과 실험적 시도가 결합될 예정이다. 복원 작업과 병행해 생태 교육, 전시, 탐방·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숲이 단순한 연구실을 넘어 시민과 연구자가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학습장이 될 전망이다.

국립울진생태숲 지정은 더 큰 그림의 첫 단계다. 산림청은 이곳을 거점으로 ‘국립울진산림생태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계획을 마치고 현재 기본·실시설계 단계에 있으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 울진과 경북 일대 산불 피해지의 장기 복원 사업을 총괄하고, 국가 단위의 산림 생태 연구 허브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특히 재난 피해지 복원 전 과정을 기록·분석해 향후 산불 대응과 복원 매뉴얼을 체계화하는 역할도 맡는다.

 

국립울진생태숲 지정대상지
국립울진생태숲 지정대상지

 

이 같은 국가 주도의 복원 프로젝트는 울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잿빛 폐허만 남지만, 국립울진생태숲은 그곳을 생명의 숲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의 표본이다. 지역 주민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조성 과정의 투명성과 참여도를 높이고, 복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도 세워져 있다.

박영환 산림청 수목원조성사업단장은 “산불로 훼손된 산림의 복원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연구와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며 “지역 공동체와 협력해 숲이 다시 살아 숨 쉬는 과정을 전국민이 체감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타버린 숲이 국가의 손길 속에 푸르게 되살아나는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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