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 이희권 사진작가

거대한 원반 위에 올려진 왕관처럼, 세상에서 가장 웅장한 '빅토리아 연꽃'이 물 위에서 대관식을 올렸다. ‘빅토리아 아마조니카’라 불리는 이 거대수련은 마치 수면 위의 왕좌처럼 퍼져나가며, 지름이 3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잎과 새하얀 꽃으로 세상을 압도한다. 이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아마존의 전설과 왕실의 이름, 그리고 과학의 호기심이 얽혀 있는 살아있는 신화다.

 

ⓞ이희권 사진작가
ⓞ이희권 사진작가

 

'빅토리아 연꽃'은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의 수온이 따뜻한 담수 지역에 서식하는 세계 최대의 수련으로, 1837년 영국의 식물학자 로버트 슈먼스가 발견한 뒤 당시 즉위한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잎은 원반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높게 말려 있어 작은 보트를 올려도 가라앉지 않을 만큼 튼튼하다. 성인 어린이 서너 명이 올라서도 버틸 수 있을 정도라 ‘물 위의 거대한 초록 식탁’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희권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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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매혹적인 순간은 꽃이 피는 방식이다. 이 꽃은 ‘하룻밤의 여왕’이라 불린다. 해가 지면 하얗게 피어나는 첫날 밤에는 강렬한 파인애플 향을 풍겨 벌레들을 유혹한다. 하룻밤이 지나면 꽃은 분홍빛으로 변하며, 벌레를 놓아주고 수정을 마친 뒤 곧 시든다. 이 짧고 극적인 개화 주기는 아마존 원주민들의 전설 속에서 신성한 의식으로 묘사됐다.

 

ⓞ이희권 사진작가
ⓞ이희권 사진작가

 

브라질 토착 전설 중 하나에 따르면, 달의 여신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소녀 나이아라는 매일 밤 달을 바라보다가 달빛 속에 사라져버렸다. 사람들은 그녀가 연꽃으로 환생해 밤마다 달빛을 품는다고 믿었고, 그 꽃이 바로 빅토리아 아마조니카라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현지에서는 이 꽃을 ‘달의 연꽃’이라 부르며, 특별한 날에만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전한다.

오늘날 빅토리아 아마조니카는 전 세계의 식물원과 수련전시회에서 ‘왕관의 착좌식’을 치르듯 장엄한 개화를 선보인다. 이번 ‘대관식’ 역시 단순한 개화가 아니라, 한 송이의 꽃이 지닌 생물학적 경이와 문화적 서사가 맞물린 장면이었다. 그 순간은 마치 자연이 스스로를 왕위에 앉히는 장엄한 의식처럼,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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