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히 제도에 반영하는 ‘상표·디자인 열린심사’를 본격 추진한다. 법령 개정 없이도 개선 가능한 항목은 즉시 심사기준이나 고시 등 행정규칙을 통해 개정, 제도 불합리 해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현장 피드백의 실시간 반영’이다. 과거에는 수년에 걸친 입법 절차로 해결하던 민원이, 이제는 간담회 한 번으로 가시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특허청은 지난 7월부터 업계 실무자들과 정례 간담회를 시작하며 9개 산업 분야별 상표·디자인 심사 이슈를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실무자 5~10명, 심사관 10명, 국장급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기업의 생생한 애로사항을 듣고 즉각 제도 반영 여부를 타진하는 방식이다. 연말까지 30회 이상의 간담회를 통해 법 없이도 바꿀 수 있는 제도개선 과제를 집중 발굴한다.

 

 

초기 성과도 눈에 띈다. ‘이의심사 예정시기 사전 통지제도’, ‘상표우선심사 입증자료로 사업자등록증 인정’, ‘실제 거래실정 반영한 유사상품 심사기준 개정’ 등 3건의 안건은 법 개정 없이 고시나 심사기준 개정을 통해 즉각 개선에 들어간다. 모두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불합리였던 만큼 반향도 크다.

첫 번째 개선안은 ‘이의결정 예정시기 사전 통지절차’다. 출원공고 후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기업 입장에선 심사 기간이 몇 달이 될지 몇 년이 될지 몰라 제품 출시나 마케팅 일정을 잡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앞으로 모든 이의신청에 대해 ‘이의결정예정시기 통지서’를 사전에 발송, 심사 종료 예상 시점을 명확히 알릴 계획이다. 심사의 예측 가능성과 제도 투명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조치다.

두 번째는 창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한 우선심사 제도 개선이다. 기존에는 우선심사를 신청할 때 제품 사진이나 광고물, 카탈로그 등만 입증자료로 인정했지만, 이제는 사업자등록증도 포함된다. 예비 창업자 등 사업 초기단계에서 광고물 준비가 어려운 경우에도 사업계획서, 업태·종목 등을 종합 고려해 보다 유연한 심사 적용이 가능해졌다. 실질적으로 초기 기업의 제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결정이다.

세 번째는 유사상품 심사기준 개정이다. 기존에는 상품 분류코드 기준이 연 1회 개정돼 거래 실정의 변화가 심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를 개선해 앞으로는 분류 기준을 연 2~4회로 확대 개정하고, 적용 기준도 출원시점이 아닌 ‘심사시점’으로 변경한다. 현실의 거래 실정이 정확히 반영되는 유연한 심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이춘무 국장은 “이제는 법을 바꾸지 않아도 현장 민원을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됐다”며, “행정규칙 개정이라는 도구를 적극 활용해 제도에 유연성을 부여하고,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현실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 체감형 제도 개선이 법 개정보다 더 빠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지금, 특허청의 상표·디자인 열린심사는 그 출발점이다. 기업의 시간과 예산, 국민의 아이디어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행정의 진짜 역할이 이제 제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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