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속에 들어 있던 육포 한 봉지가 ASF(아프리카돼지열병)를 국내로 들여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잘 익은 망고 하나가 검역의 사각지대를 비집고 들어와 외래병해충을 퍼뜨릴 수도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 무심코 챙긴 간식과 기념품이 한국 농업과 축산업을 위협하는 폭탄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7월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2주간, 공항과 항만에서 해외여행객이 반입하는 휴대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 계도나 안내를 넘어서,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와 특사경 수사 등 강력한 단속을 병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미 최근 몇 년간 불법 반입의 상당수가 여름 성수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한 선제 조치다.
특히 **적발 빈도가 높은 ‘검역 우려 노선’**에 대해서는 X-ray 전수 검색, 검역탐지견 집중 배치, 회피자 차단 순회 점검을 통해 검역망을 촘촘하게 구축한다. 망고, 망고스틴, 육포, 소시지 등 외국산 과일과 축산 가공품은 대부분 소량이라도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몰라서 가져오거나 의도적으로 숨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검역본부는 이 기간 동안 관세청,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 유관기관과의 정보 공유 및 인계 체계도 강화한다. 고의든 아니든 반입된 불법 농축산물은 입국자의 부주의로 끝나지 않는다. ASF, 구제역, 과수화상병 등은 단 한 번의 유입으로도 수조 원대의 피해를 낳을 수 있는 국가재난급 사안이다.

공항과 항만에는 전광판, 배너, 캠페인 영상 등 시각홍보 수단을 총동원해 검역 경고를 상시 노출한다. 반입 금지 품목 안내는 물론, 미신고 시 과태료 부과, 반복 위반 시 수사 가능성까지 구체적으로 고지한다. 그럼에도 검역스티커를 일부러 훼손하거나, 허위 신고, 동행자에게 분산 소지하는 등 교묘한 회피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더욱 강도 높은 대응이 예고되고 있다.
단속 대상은 ‘많이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금지된 것을 가져오는 사람’**이다. 작은 망고 하나가 방역선을 뚫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 적발된 불법 반입 품목의 대부분이 망고, 육포, 소시지 등 일상 간식 수준의 물품이었다. 이는 귀국하는 여행객들이 물품을 ‘기념’으로 인식해 방심하는 데서 기인한다.
검역본부는 "농축산물 대부분은 반입이 전면 금지된 만큼, 입국 전에 반드시 검역본부 홈페이지나 공항 안내를 통해 반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여름, 소중한 해외여행의 마무리는 작은 경각심으로부터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