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는 날아야 했다.
바람 없는 바다 위를, 쉼 없는 6일간을, 생명의 의지 하나로.
제주에서 시작된 그 여름날의 비행은, 모잠비크의 뜨거운 바다를 지나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그 이름은 ‘두견이’—우리 곁에 머물던 작은 산새가 아프리카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1년간의 추적 끝에 여름철새 두견이(Cuculus canorus)가 한국에서 번식 후 아프리카 모잠비크까지 약 2만 7,340km를 왕복하는 경이로운 여정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산새 중 가장 긴 바다 횡단 거리다.
두견이는 매년 5월 우리나라를 찾아와 탁란이라는 특이한 방식으로 번식하고, 다시 떠나는 여름철새다. 이 작은 새가 인도양과 아라비아해를 가로질러 아프리카 남동부에 도착하고,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봄, 정확히 같은 경로를 따라 제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연구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위치추적 발신기를 부착한 두견이 2마리는 2024년 8~9월 제주를 출발해 중국, 인도, 스리랑카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이동, 그중 한 마리는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보낸 후 2025년 6월 초 다시 제주로 돌아왔다. 특히 인도양을 가로지르는 4,180km 구간을 무려 6일간 쉬지 않고 날았다는 점은, 철새 비행에 대한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 중요한 발견이다.
이러한 고난도의 항로는 ‘본능’으로 설명하기엔 과학적으로도 미스터리다. 극한의 에너지 소모, 식수와 휴식 없는 환경을 감수하고도 이동하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두견이가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지구적 여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발견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첫째, 국내에서 번식한 개체가 아프리카까지 왕복 이동했다는 점에서 개체군 추적의 정밀한 경로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둘째, 기후변화, 서식지 훼손 등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조류의 이동 경로와 생태계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핵심 자료가 확보되었다는 점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위치추적기술을 바탕으로 철새 생태 연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이동경로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협력 체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한 마리 새의 비행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국제 생태 보존 정책의 방향까지 연결되는 작업이다.
하늘을 나는 작은 생명이 전하는 메시지—
우리는 단절된 섬이 아니라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
두견이의 날갯짓이 증명하듯, 자연의 여정은 국경을 넘어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