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보로 빵 하나에도 특허번호가 붙는다. 대전의 튀김소보로, 부산의 연근팥빵, 대구의 통옥수수빵, 여수의 돌게빵까지—각 지역 대표 빵들이 특허청에 등록된 ‘기술자산’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는가. 휴가철, 전국을 누비는 빵지순례가 이제 ‘특허 빵 탐방’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20년간(2005~2024년) 제빵 관련 특허 출원은 총 3,500여 건, 연평균 11%씩 증가해왔다. 2005년 연간 57건이던 제빵 특허는 2024년 들어 416건으로 약 7.3배 급증했다. 한국인의 빵 소비가 증가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인당 하루 빵 섭취량은 2012년 18.2g에서 2023년 21.5g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식문화 트렌드가 바뀌고, 맛만큼 건강도 따지는 시대가 되면서 ‘특허로 보호되는 빵’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실제 등록된 특허 목록을 보면 제과기술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대전의 ‘튀김소보로’는 2012년 특허 제10-1104547호로 등록되었고, 같은 지역의 ‘부추빵’은 2013년(제10-1333291호)에 공식 특허를 받았다. 충남 천안의 ‘돌가마만주’, 대구의 ‘통옥수수빵’, 부산의 ‘연근팥빵’, 여수의 ‘돌게빵’, 안동의 ‘크림치즈빵’ 역시 각기 고유 제조 방식과 재료 배합법을 특허로 보호받고 있다. 지역 특산물에 창의적 가공기술을 결합한 사례로, 이들 대부분이 중소규모 제빵업자나 개인 발명가들에 의해 출원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빵 특허는 단순히 지역 명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체 출원 중 가장 높은 비율은 단팥빵·샌드위치류 등 가공기술 분야(47.5%), 다음은 고단백·저지방·비건·글루텐프리 등 첨가제 기술(29.4%)이었다. 특허 분류를 보면 건강과 트렌드를 반영한 기술이 빠르게 증가 중이다. 특히 천연발효종, 유산균, 전통 누룩 등을 적용한 반죽 발효기술은 연평균 26.5%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기록했다.

첨가제 기술에서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고로쇠나무 수액이나 스테비아·알룰로스를 넣은 무설탕 빵, 전분에서 얻은 분지 덱스트린으로 만든 저지방 빵, 두부·두유·유청 단백질을 활용한 고단백 빵, 쌀·아몬드·변성전분으로 글루텐프리를 구현한 빵, 그리고 달걀 대신 콩 삶은 물 ‘아쿠아파바’를 쓰는 비건빵까지… 아이디어 하나가 기술이 되고, 그 기술은 특허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제빵 특허의 77.7%가 개인 또는 중소기업에 의해 출원된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체 특허출원 평균을 보면 중소기업(25.6%), 대기업(22.9%), 외국(20.4%), 대학(13.6%), 개인(12.8%) 순이지만, 제빵 분야에서는 개인(54.4%)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수치는 기술 기반 산업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다. 발효를 제어하고, 식감을 만들고, 원료를 조합하는 기술들이 소상공인의 손끝에서 개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완도의 한 제빵업자는 전복 특유의 비린내를 제거하면서 풍미는 살린 ‘전복빵’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등록했고, 한라봉·발아통밀을 활용한 건강형 호두과자 제조법을 보유한 중소기업도 등장했다. 전통 누룩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활용한 발효기술은 중견 제과기업이 확보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제빵기술은 더 이상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다. 지식재산이다. 크림치즈를 어떻게 분산시키고, 찹쌀가루에 어떤 물성 변화를 유도하며, 팥과 연근을 어떤 순서로 혼합해야 풍미가 살아나는가. 이 모든 것은 실험의 결과이고, 문서화된 기술이며, 등록된 특허다.

빵을 따라 떠나는 휴가가 단순한 미식 여행을 넘어 ‘지식재산 탐방’이 되는 시대. 식빵 한 조각에도 기술이 녹아 있고, 그 기술을 지킨 이름이 특허다. 올 여름, 그 빵집의 유리창 너머에서 볼 수 있는 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발명 그 자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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