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광장이 정원이 되자 시민이 머물기 시작했다. 21년간 행사 중심의 ‘이벤트형 공간’이었던 서울광장이 나무와 잔디, 정원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정원’으로 새롭게 단장한 지 70일. 변화는 빠르게 시민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서울시는 광장 리디자인 이후 시민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광장 한가운데 펼쳐진 푸른 잔디와 곳곳에 배치된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낙엽송 목재길이 어우러지며 도심 속에 보기 드문 녹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 반응도 긍정적이다. “앉아서 쉴 곳이 많아졌고, 나무 그늘 아래 포토존도 좋다”, “광장이 아닌 숲 같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효과도 뚜렷하다. 난지형 잔디(한국형잔디)와 목재길 도입 덕분에, 4월 말 재개장 이후 약 5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음에도 잔디 보식(보수 식재)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서울시는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약 1억 6천만 원, 최대 75%의 잔디 관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행 편의성도 향상됐다. 기존 일괄 평면의 잔디광장 대신 잔디와 목재를 패턴형으로 배치한 공간 설계 덕분이다. 시민들의 보행 흐름에 맞춰 길이 나면서도 전체적인 경관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결과 행사 때 부스 설치와 관람 동선도 훨씬 원활해졌다는 평가다.
이러한 변화는 시민의 발길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스프링페스타’의 경우 전년 대비 약 30%가량 참여자가 증가했다. 광장을 단순히 지나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장소로 인식하게 된 변화의 결과다.
녹지 확장은 기후 위기 대응에도 기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새롭게 식재된 수목과 바닥 포장을 통해 연간 약 332톤의 탄소 저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차량 139대가 내뿜는 연간 탄소량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오는 11월부터 ‘서울광장숲 2차 조성사업’도 본격화한다. 광장 동쪽의 플랜터(나무 주변 쉼터) 6개소, 앉음벽(조형 의자) 등을 추가 설치하고 주변 녹지를 재정비해, 시민이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완공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서울시 정원도시국 이수연 국장은 “서울광장이 이제는 정원과 도시가 공존하는 새로운 도시공간 모델이자, 시민 일상의 한 장면이 되었다”며 “서울광장을 ‘정원도시 서울’의 대표 상징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은 지금, 도시가 숲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도심다운 방식으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