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을 이어온 우리 어촌의 지혜가 세계에 통했다. 남해 지족해협에서 대대로 이어진 죽방렴어업이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지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공식 등재되며, 한국 전통어업의 유산적 가치가 다시금 국제적으로 조명받았다.
해양수산부는 7월 9일, 전남 남해군 지족해협 일대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져온 ‘죽방렴어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새롭게 등재되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농업 5건, 어업 3건을 포함해 총 8건의 세계중요농업유산 보유국이 되었다.
죽방렴어업은 물살이 빠른 지족해협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고유의 전통 어획 방식이다. 조류가 좁은 해협을 따라 흘러드는 방향을 고려해 바다 속에 ‘V자’ 형태로 말목을 박고, 그 사이에 대나무 발을 촘촘히 설치해 고기를 자연스럽게 유인하고 포획한다. 이 방식은 조선 세종대왕 시기인 15세기경부터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까지도 남해 지역 주민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죽방렴은 단순한 어업기술을 넘어 지역의 생태, 문화, 공동체 활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전통 지식체계다. 환경 친화적이며,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늘날 어업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한 대안적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런 가치를 인정해 2015년 죽방렴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후 남해군과 죽방렴어업 공동체, 전문가 그룹이 함께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준비해왔고, 2023년 FAO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2025년 7월 열린 GIAHS 전문가 회의에서 공식 등재가 최종 확정되었다.
이로써 죽방렴어업은 지난해 등재된 ‘하동·광양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 ‘제주 해녀어업’에 이어 대한민국 전통 어업분야 세 번째 세계중요농업유산이 되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죽방렴의 세계유산 등재는 단순히 하나의 어획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쌓아온 역사와 삶의 방식이 세계에서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우리 고유 어업이 지속적으로 보존되고 계승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죽방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며, 어업자원은 물론 지역 생태계를 온전하게 유지하고자 한 선조들의 지혜가 지금의 죽방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세계는 이제, 그 고요하고도 정교한 물살의 기술을 눈여겨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