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어도 며칠이면 금세 시들어버리던 대파. 그런데 뿌리째 필름에 싸서 보관하자 5주가 지나도 상등급 품질이 90% 이상 유지됐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유통업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대파 저장 혁신이 현실이 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대파를 수확한 뒤 뿌리를 자르지 않고 저밀도 폴리에틸렌 필름(LDPE)에 포장해 1도에서 5주간 저장한 결과, 수분 손실은 줄고 시듦 현상도 현저히 낮아졌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수확 후 뿌리를 자른 뒤 끈으로 묶거나 구멍 난 필름에 넣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뿌리를 자른/자르지 않은 경우 ▲포장 방식(필름 또는 끈) 등 총 4가지 실험군을 설정해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뿌리째 필름 포장한 대파는 ‘상’ 등급 유지율이 무려 92.6%에 달해, 뿌리를 자르고 끈으로 묶은 일반 방식(61.1%)에 비해 30% 가까이 높았다. 수분 손실도 10.4% 줄었고, 잎이 누렇게 변하는 황화 지수나 시들음 지수 역시 눈에 띄게 낮았다.

이 같은 차이는 뿌리 절단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가 품질 저하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특히 포장 없이 끈만 묶을 경우 수분 증발이 가속화되며 줄기 조직이 더 빠르게 연해지고 손상된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단순히 저장 기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출하기 유통 및 정부 비축관리 품질 유지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 끈 묶음+뿌리 무절단(S-AR), (B) 끈묶음+뿌리 절단(S-CR), (C) 필름 포장+뿌리 무절단(FP-AR), (D) 필름 포장+뿌리 절단(FP-CR)
(A) 끈 묶음+뿌리 무절단(S-AR), (B) 끈묶음+뿌리 절단(S-CR), (C) 필름 포장+뿌리 무절단(FP-AR), (D) 필름 포장+뿌리 절단(FP-CR)

 

현재 대파는 채소가격안정지원사업 대상 품목으로, 정부가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비축과 방출을 반복하고 있다. 전남(겨울), 경기(초여름), 강원 고랭지(여름~가을), 전국(가을) 등 지역별 출하 시기를 고려한 장기 보관 기술은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더한다.

한편, 저장 기간이 길어질수록 겉껍질 품질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지만, 항균 효과와 풍미를 내는 대파의 주요 기능 성분인 알리신 함량은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보다 실질적 품질 유지에 방점을 찍은 이번 연구는 향후 생산·유통·비축 전 단계에 적용 가능한 실용기술로 평가받는다.

임종국 저장유통과장은 “작업은 더 간편해지고 품질은 더 오래 유지되는 기술”이라며 “대파뿐 아니라 비슷한 특성을 지닌 채소류에도 응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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