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회복되고, 염증 인자도 억제됐다. 낯설지만 익숙한 이름, ‘향유’가 과학적 효능을 입증받으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향유’에서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주대학교와 연세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으며, 사람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실험 결과, 향유 추출물이 바이러스 단백질과 유전자를 90% 이상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감염으로 인해 손상됐던 세포 표면도 감염 전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관찰됐다.

 

 

향유는 8~9월 꽃이 피는 시기에 채취해 나물이나 한약재로 활용되어 온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예로부터 두통, 발열, 오한, 복통에 쓰였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은 일상적 민간요법을 넘어 과학적 의약 소재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진은 향유를 알코올로 추출한 복합물을 사람 코로나바이러스와 유사한 베타-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세포에 처리했고, 바이러스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유발되는 염증 반응에서도 향유 추출물은 강력한 억제 작용을 보였다. 바이러스 RNA와 유사한 물질로 염증을 유도한 세포에서 ‘산화질소(NO)’, ‘iNOS’, ‘COX-2’, ‘IL-1β’, ‘TNF-α’ 등 7종의 주요 염증 인자의 발현이 줄어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유 내 루테올린-7-O-글리코사이드, 부테인-4´-O-글리코사이드 성분이 핵심 작용물질로 밝혀졌다. 이들은 다른 성분보다 강력한 항바이러스 및 항염증 효능을 보이며 향후 소재 개발의 유효 타깃으로 주목된다.

이미 항산화와 신경세포 보호 등 다방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향유는 이번 연구로 코로나 바이러스 저해 가능성까지 입증되며 활용 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결과는 6월 국제 학술지 민족약학지(IF 4.9), 플로스 원(IF 2.9)에 나란히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유를 활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저해제 개발의 기초 자료로 삼을 계획이다. 또한 자생식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 확대해, 나고야의정서 체제 아래에서 국내 생물자원의 주권과 활용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윤영호 과장은 “우리 자생 약용식물의 과학적 효능을 밝히는 것은 곧 식물주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향유처럼 가치 있는 식물을 발굴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국내 자원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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