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에 감춰진 고대의 비밀이, 1,500년의 시간을 뚫고 오늘의 기술로 되살아난다.
신라 왕족의 무덤으로 밝혀진 경주 쪽샘 44호분. 그 내부 구조 중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108개의 나무 기둥과 31개의 버팀나무가 다시 세워진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6월 26일(수) 오후 3시, 경북 경주시 태종로에 위치한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1차 공개설명회’를 연다. 일반인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참석 가능하며, 신라 고분 축조 원리 중 가장 미스터리한 ‘목조구조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쪽샘 44호분 나무 기둥 구멍과 버팀나무 흔적(위-남쪽) / 국가유산청 제공
쪽샘 44호분 나무 기둥 구멍과 버팀나무 흔적(위-남쪽) / 국가유산청 제공

 

쪽샘 44호분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해체·발굴된 유일한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이다. 이 고분에서는 400여 마리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말다래, 삼색 비단, 자색과 비색 실 등 당시의 장례문화와 공예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이 대거 출토됐다. 특히 여성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왕족 무덤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돌무지 표면에 나무 기둥과 버팀나무 흔적(위-서쪽) / 국가유산청 제공
돌무지 표면에 나무 기둥과 버팀나무 흔적(위-서쪽) / 국가유산청 제공

 

이번 실험은 총 21단계 중 3~7단계로, 기초 공사라 할 수 있는 ▲묘광 파기, ▲기둥 세우기, ▲흙둑과 돌무지 조성, ▲기둥 간 버팀나무 설치 등 고분 축조의 핵심 구조 과정을 재현한다. 그중에서도 ‘목조구조물’ 재현이 실험의 백미다.

실제 고분에서는 기둥이 동심원상 4열로 배치돼 있었으며, 1열은 지상 3.2m, 2열은 2.5m, 3열은 1.6m, 4열은 0.5m 높이로 확인됐다. 각각의 기둥은 지름 20cm, 길이 최대 370cm로 매우 정교하게 구성돼 있었으며, 돌무지 속 16만여 개 강돌 사이에 세워졌다는 점에서 어떻게 균형과 안정성을 확보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버팀나무 또한 주목할 만하다. 경사진 돌무지 안쪽에 설치된 31개의 긴 나무 구조물로, 일부는 길이가 6.6m에 달한다. 버팀나무를 먼저 놓고 돌무지를 쌓았는지, 그 반대였는지는 발굴 당시 불분명했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그 순서를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이 실험을 통해 축조 당시 사용된 나무의 배치 방식, 결구 기법, 보조구조물의 유무 등 지금까지 추정에 의존하던 정보를 검증할 계획이다. 과학적 실험과 고고학의 협업이 이뤄지는 이 과정은 신라 고분의 장례 기술, 건축 방식, 종교관까지 엿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쪽샘 44호분에서 확인된 나무 기둥 및 버팀나무 구조는 신라 돌무지덧널무덤 중에서도 황남대총, 금관총, 서봉총 등 단 다섯 곳에서만 발견된 희귀 사례다. 지금까지 발굴된 그 어떤 고분도 이처럼 완전한 해체·재현 실험에 들어간 사례는 없었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는 향후 전 공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다양한 학술행사를 통해 신라 고분 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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