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을 한반도 산지에 뿌리내린 잎갈나무. 하지만 일본에서 도입된 낙엽송과의 교잡으로 그 유전적 순도는 점차 위협받아 왔다. 나무의 겉모습만으로는 구분이 어렵고, 씨앗을 봐도 진짜 ‘자생종’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 실마리를, 결국 과학이 풀어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원장 김용관)은 한반도 자생종 잎갈나무(Larix gmelinii var. olgensis)를 일본 낙엽송(Larix kaempferi) 및 두 수종의 교잡종과 조기에 구별할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 기반의 식별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이를 특허로 등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식물의 ‘모계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씨앗이나 어린 나무 단계에서부터 자생 잎갈나무의 후손인지, 아니면 외래종 또는 교잡종인지를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되던 엽록체 DNA 방식은 부계(아버지 나무) 유전자만을 분석했기 때문에 엄마나무가 자생종인 경우에는 판별에 한계가 있었다.

 

잎갈나무 종 보존원 현황 사진
잎갈나무 종 보존원 현황 사진

 

잎갈나무는 금강산 이북 고지대에 자라는 유일한 한반도 자생 잎갈나무류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존의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림자원이다. 국내에는 강원도 가리왕산에 유일하게 잎갈나무 종 보존원이 조성되어 있다. 반면, 낙엽송은 전국에 널리 식재되어 있어 자연 교잡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유전적 순도 저하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번 기술을 활용해 가리왕산 잎갈나무 보존원에서 수집한 종자와 어린 개체들을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실제로 교잡종 개체를 국내 최초로 정확히 구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는 자생 잎갈나무의 유전적 정체성과 순도를 유지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안지영 박사는 “이번 DNA 분석 기술로 교잡종을 판별하고, 실제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과학 기반 연구를 통해 자생종 보존과 산림정책의 연결 고리를 더 단단히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향후 한반도 자생 수종 보호, 기후적응 식재 전략, 생물다양성 보존 등 다양한 산림분야 정책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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