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앞두고 벽걸이형 에어컨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제품마다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데다 성능과 소음, 전기요금까지 천차만별이다. 1인 가구와 중소형 주거공간에 최적화된 벽걸이형 제품일수록 '가성비'보다 ‘실성능’을 따져야 후회 없는 소비가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외 주요 브랜드 벽걸이형 에어컨 5종(6~7평형)을 대상으로 냉방 성능, 소음, 에너지비용, 안전성, 부가기능 등을 시험평가한 결과, 제품 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띈 제품은 삼성전자 AR80F07D21WT. 냉방속도 테스트에서 유일하게 10분 이하(9분 53초)로 실내 온도를 24도까지 낮춰 '가장 빠른 냉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7평형 제품인 LG전자 모델은 10분 45초로 소폭 뒤졌고, 루컴즈(6평형)는 14분 52초로 가장 느렸다. 캐리어는 10분 48초, 하이얼은 14분 12초였다.
냉방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건 온도 유지력. 5시간 장시간 작동 후에도 설정온도와 실제 온도 간 편차가 얼마나 적은지가 관건이다. 이 부문에서는 삼성(-1.2℃), LG(-1.0℃), 하이얼(-1.1℃) 제품이 온도 편차가 작아 에너지 손실이 적고, 쾌적한 환경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았다.
소음도 구매자 입장에서 민감한 요소다. 특히 밤에 켜놓고 자야 하는 경우 조용한 제품이 필수. 캐리어와 하이얼 모델은 최대소음이 40dB로 가장 조용했고, 삼성은 42dB로 7평형 제품 중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LG는 47dB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참고로 조용한 거실 소음이 40dB, 사무실이 50dB 수준이다.
전기요금과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차이가 났다. LG전자 제품은 월 17,000원, 시간당 탄소배출 141g으로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았다. 삼성은 월 19,000원(155g), 반면 5등급 제품인 루컴즈·캐리어·하이얼은 모두 월 21,000~22,000원, 시간당 169~179g으로 더 높았다. 결국,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 유지비 측면에서 확실한 강세를 보였다.
모든 제품이 KC 인증과 전기안전, 표시사항 등 기본적인 안전기준은 충족했으며, 실내기 고정, 감전 방지 등 구조적 안정성에서도 결함은 없었다.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부가기능 역시 눈여겨봐야 할 요소다. 삼성 제품은 총 25가지 부가기능(미세먼지 제거, 공간 분석, 절전모드 등)으로 가장 다양했고, LG 제품은 18개(UV 팬 살균, 정전보상 등)를 제공했다. 반면 루컴즈, 캐리어, 하이얼 제품은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결론적으로, 냉방 성능과 온도 유지력, 소음, 전기요금, 기능성까지 고려한 종합 우수 제품은 삼성과 LG가 강세를 보였다. 다만 가격은 각각 약 122만 원, 119만 원대로 가장 비쌌다. 반면 루컴즈(약 45만 원), 캐리어(약 49만 원), 하이얼(약 47만 원)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냉방속도와 에너지효율에서 다소 밀렸다.
한여름을 준비하며 어떤 에어컨이 내 공간에 맞는지 고민이라면, 단순 브랜드보다 '내게 맞는 조건'부터 따져봐야 한다. 저소음? 빠른 냉방? 전기요금? 원하는 우선순위가 곧 스마트한 소비 기준이 된다.
